춘추관에 직접 나와 첫 인사 소개…소통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통령 취임선서를 마치고 청와대로 향하면서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의회신문】 취임 3일 차를 맞은 문재인 대통령이 격식을 깨는 소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직접 시민·언론과의 접촉면을 넓히는 파격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과의 '물리적 거리' 좁혀

 문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지난 10일 오전 9시20분께 김정숙 여사와 서대문 홍은동 사저를 나서 이웃 주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사저 앞에는 500여명의 주민들이 운집했다.

 일부 주민들은 '나라를 나라답게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등 손팻말을 들고 문 대통령에게 환호를 보냈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문석진 서대문구청장도 이 자리에 함께했다. 문 대통령은 손팻말과 응원의 목소리들을 듣고 밝게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이어 경호를 담당할 청와대 경호팀의 경례를 받고 "덕분에 우리 시민들과 아주 가까이에서 유세도 잘하고 자주 쉽게 만나고 친근하게 할 수 있었다"며 "오늘 이게 앞으로도 좋은 인연으로 계속 살려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화답했다. 한 경호원은 문 대통령에게 "경찰청 경호국 신설을 소원드린다"고 건의하기도 했었다.

 문 대통령은 선거운동기간 함께한 자원봉사 경호팀과도 인사를 나누며 "우리가 함께 이뤄낸 것"이라며 격려하고 9시35분께 홍은동을 떠났다.

 이어 추미애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와 함께 동작구 국립현충원을 참배했다. 문 대통령은 방명록에 '나라다운 나라 든든한 대통령! 2017. 5. 10 대통령 문재인'이라고 적었다. 현충원을 찾은 50여명의 시민들은 "와 대통령 만세!"라고 외쳐, 이를 들은 문 대통령이 미소를 짓기도 했다.

 그는 국회에서 취임선서 직후 발표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군림하고 통치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대화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광화문시대 대통령이 돼 국민들과 가까운 곳에 있겠다"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취임선서를 마치고 국회를 떠나 청와대로 향하던 문 대통령은 길 양 옆에 줄지어 선 시민들의 환호를 받았다. 그는 이를 보고 차량 선루프를 열고 일어나 활짝 웃으며 한참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이 때문에 12시로 약속된 황 총리와의 오찬 자리에 조금 늦게 도착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선 때부터 수행대변인을 담당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시민들 계신데 문 닫고 그냥 못 가겠다는 대통령의 평소 성품, 품성이, 처음에 창만 열고 인사하다가 나중에 안 되겠는지 (차량 선루프를 열고) 올라 오셔서 끝까지 (인사했다) 아이디어가 아니고 상황을 보고 대통령께서 판단하신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11일 출근길에서도 차에서 직접 내려 시민들을 만났다. 그는 오전 9시께 사저에서 나와 대기 중인 청와대 출근을 위해 차량에 탑승했으나 곧 차를 멈춰 세우고 직접 내려 홍은동 주민과 지지자들에게 다가갔다. 그는 주민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하며 "불편하셨죠? 감사합니다"라며 인사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관저의 시설 문제 때문에 취임 당일인 10일부터 2~3일 동안은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자택에서 머물 예정이다.

 ◇청와대 참모와도 소탈한 대화

 문 대통령은 11일 청와대에서 조국 민정수석, 조현옥 인사수석, 윤영찬 홍보수석 등 수석비서관들과 점심을 함께했다. 자신이 임명한 참모들과 서로 인사를 나누는 상견례 성격의 오찬이었다. 이정도 총무비서관과 전날 임명한 임종석 비서실장, 송인배 제1부속실장도 문 대통령의 테이블에서 함께 식사를 했다.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 임 비서실장과 조 민정수석이 각각 좌우에 앉았으며 조 수석 옆으로 윤 홍보수석, 송 부속실장, 이 총무비서관, 조 인사수석이 나란히 앉았다. 기존 박근혜 정부에서는 수석비서관급 이상이 대통령과 같은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 비서관이 문 대통령과 함께 식사를 한 것은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문 대통령은 기획재정부에서 인사·예산 업무를 담당해 온 이 비서관의 이력을 직접 언급하며 친근함을 보여주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총무비서관은 패밀리 관계에 있는 분이 맡아왔는데 그 부분에 있어 조금 비밀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청와대 살림살이를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해주기를 기대하며 특별히 모셨는데 우리가 기재부에 어려움을 준 것은 아닌지 잘 모르겠다"고 말해 분위기를 띄웠다.

 문 대통령은 식사 후 수석, 비서관들과 산책하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 나갔다. 커피 한 잔씩을 들고 청와대 경내를 산책했다. 더운 날씨 탓에 한 손에는 정장 상의를 걸치고 나머지 손에는 커피를 들었는데, 마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보여줬던 소탈한 모습을 연상케 했다.
 
 문 대통령은 참모와의 접촉면을 넓히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공식적인 큰 행사를 제외하고는 청와대 참모들의 사무실과 가까운 위민관에서 업무를 보기로 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께서 그동안 국민들과 소통하고 그리고 열린 청와대를 만들겠다고 말했고 그리고 대통령께서 참모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늘 소통하기 바란다"며 "업무와 일상적인 일들이 참모들과 격의 없는 토론과 논의를 거쳐 진행 예정이고 그런 차원에서 대통령께서 참모들이 있는 위민관으로 자리를 옮겨서 업무를 보실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자들과 접촉면 늘리며 '친언론' 행보

 문 대통령은 10일 취임 선서에서부터 친언론 행보를 보였다. 대통령 외부 행사의 경우 경호가 엄격하고, 취재진의 접근도 상당히 제한된다. 그러나 이날 문 대통령의 취임선서는 통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해 취재가 자유로웠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 직접 나와 기자들에게 자신의 첫 인사를 발표했다. 인사 발표의 경우 대통령이 직접 나와 발표하는 경우가 드물어, 문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가 언론과 국민과의 스킨십을 늘리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또 과거 청와대 참모들이 청와대 기자단과의 질의응답과 브리핑 시간을 갖는 경우가 매우 적었는데, 문 대통령은 이를 대폭 늘리겠다고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많은 언론인과 통화가 안 되는 상황을 방치하고 가는 것은 언론과의 소통을 약속한 상황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며 "큰 틀의 원칙과 언론과 공유할 상황이 있으면 춘추관에서 원하는 취재 내용에 대해서 (수석비서관들이) 브리핑하자고 했다. 자주 가서 말하는 게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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