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신문】 "'이게 아닌데, 여기는 아닌데. 너, 전여옥. 남의 인생을 사는 거 아니니?' 지난 십여 년 남짓 여의도에 있을 때 내가 끊임없이 했던 질문이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이 책 '사랑을, 놓다'이다. 그 아버지처럼, 이제 나는 모든 사사로운 세상의 고정 관념을 편하게 놓을 수 있다. 그 과정은 나의 여행이었다. 길을 떠난 여행이기도 했고 삶 자체의 긴 여행이기도 했다."('길 위의 당신께 보내는 러브 레터' 중에서)

전여옥(58) 전 국회의원이 에세이 '사랑을, 놓다'를 냈다.

도쿄의 아카사카에서 긴자, 아오모리까지, 중국 리장에서 홍콩, 방콕, 앙코르와트, 미국 뉴욕에서 뉴저지, 그리고 터키 이스탄불에서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이르는 여정에 함께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그녀는 여행은 편한 신발 한 켤레면 충분했다고 강조했다. "나의 삶은 나의 여행이었다. 길을 떠난 여행이기도 했고 삶 자체의 긴 여행이기도 했다. 많이 걸어야 하는 여행에서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돈도, 명예도, 권력도 아니었다. 그리고 동행도, 즉 사람도 아니었다. '편한 신발' 한 켤레면 족했다."

또 여행을 이렇게 정의한다. "'혼자 가면 빨리 가고 같이 가면 멀리 간다'는 말은, 내 경험으로 볼 때 전혀 아니었다. 혼자 가는 것이 진짜 여행이고, 삶이란 혼자서 살아내야 하는 것이었다. 물론 동행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매우 소중한 친구도 그 순간, 그 여행의 동행일 뿐이다. 함께 가도 각자의 눈으로 걸어가는 것이 인생이고 여행이다."

"여행은 새로운 곳이다. 때로는 '처음'의 흥분도 있다. 처음 본 남자, 처음 걷는 거리, 처음 가본 호텔, 처음 맛보는 음식. 다 첫사랑이다.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우리의 뇌를 새롭게 한다. 슬로 모드로 가도 뇌가 패스트 트랙을 뛰는 것처럼 활발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여행자의 뇌는 치매를 모른다고 한다."('여행은 첫사랑이다' 중에서)

저자는 "세상 사람이 내가 '나가떨어졌다'고 생각했을 때 그때, 나는 비로소 행복했다"며 "살아있는 것이 무엇이며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았다. 내가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것, 뜨겁게 원하던 것을 비로소 내려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낡은 샌들을 신고 해진 청바지에 티셔츠 하나로 충분했다. 내 인생에 방점을 찍듯이 살 수 있었다. 단 하나 내 가슴에 담았던 사람들, 단 하나 내 입술에 닿았던 진한 커피, 가슴을 울렸던 단 한 권의 책, 그 글 한 줄, 내 마음에 압인처럼 선명히 박힌 풍경, 풍경들. 그 모든 것들은 마치 독하디 독한 한 잔의 술처럼 식도를 태울 듯 흘러들어왔다. 마치 내 몸의 실핏줄 끝까지 채운 시간들이었다." 286쪽, 1만2800원, 도서출판 독서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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