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9일 프랑스 정부는 헌법개정안을 의회에 제출하였다. "보다 대표성 있고, 책임 있고, 효율적인 민주주의를 위한 헌법개정안"이라는 제목으로 제출된 이번 개정안은 현행 헌법 가운데 18개 조문에 대한 제안을 담았다.

헌법개정안 표지 (프랑스 법무부 제공)

다수의 헌법적 쟁점을 포함한 이번 개정안의 핵심 내용을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사법재판소를 폐지한다.

국가사법재판소(Cour de justice de la République)는 프랑스 정부 각료들이 재직중 범한 범죄행위의 형사재판을 담당하기 위해 1993년에 설립된 특별 기관이다. 개정안은 일반적인 형사소송 절차에 따라 파리 항소법원(Cour d’appel de Paris)에서 각료들의 형사재판을 담당하도록 했다.

둘째, 대통령의 당연직 헌법위원회 위원 자격을 폐지한다.

헌법위원회(Conseil constitutionnel)는 헌법재판소에 상응하는 기관이다. 개정안은 그 동안 전직 대통령에게 허용되었던 헌법위원회 종신위원이 될 권리를 더 이상 허용하지 않는다.

셋째, 사법재판관 및 검사를 임용할 때 반드시 고등사법위원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 동안 고등사법위원회(Conseil supérieur de la magistrature)는 검사와 사법재판관 임용시 자문기관이었으나 앞으로는 반드시 동의 절차를 거치도록 변경하였다. 이것은 검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해된다.

넷째, 입법 절차가 간소화 된다.

개정안은 법률안을 놓고 상원과 하원 사이에서 반복되는 과도한 힘겨루기 과정에 제한을 가했다. 앞으로는 법률안의 핵심 내용과 동떨어진 변경안을 반복 제출하는 행위에 제동이 가해진다. 세출예산안의 입법 절차는 신속해짐과 동시에 경제, 사회, 환경 등 시급한 현안에 대해서는 정부가 입법 과정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게 된다.

올 가을이 끝날 무렵 프랑스 의회는 정부가 제출한 헌법 개정안에 대한 최종 응답을 할 것이다. 현행 프랑스 헌법은 1958년 10월 4일 제정되었으며 2008년 7월 23일 까지 모두 24차례 개정됐다.

프랑스처럼 필요한 부분을 그 때 그 때 고쳐나가는 방식으로 헌법개정을 생각하면 어떨 것인가.

우리는 이미 한 세대가 넘은 1987년 헌법(제9차 개정 헌법)을 보듬고 있다. 30년이 넘은 헌법으로 급격히 변한 세상사를 여전히 규율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현실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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