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정정보원법」, 국회에서 탄생하고 국회에서 사단나다

국회의원실 정보확보 과정에 불법성 확인되면 처벌 당연.

재정정보 부실관리 책임, 한국재정정보원 임직원도 엄중 문책해야.

재정정보 유출 정치적 공방꺼리 아니다.

예산 불법부당 집행 드러나면 그또한 엄히 처벌해야 마땅.

한국재정정보원

한국재정정보원이 관리하고 있는 재정정보시스템이 국회 보좌진을 통해 유출되었다는 소식으로 정관계가 발칵 뒤집혔다. 특수활동비 집행내역 등 예민한 정보가 잔뜩 들어 있다는 재정정보가 정국을 얼마나 들었다 놨다할지 정관계의 시선이 잔뜩 쏠리게 됐다. 정상회담 성과 소식 못지않은 핵폭탄급 뇌관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실은 불합리한 행정 등 국정 전반에 대한 감시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정보 확보가 가능한 상태에 놓이게 되면 어떻게 해서든 자료를 확보하려는 직업적 습생이 있게 마련이다. 결과적으로 불법적인 자료 습득 과정이 있었는지 확인되고, 이를 유출하거나 사익을 위해 활용한 것이 드러나면, 의원이든 보좌진이든 법에 정해진 대로 책임지면 된다.

그러나 그걸로 끝이 아니다. 어쨌든 의원실로 유입되었다는 국가재정정보에 불합리한 집행내역이 들어있는지 절대 다수의 국민도 궁금하다. 재정집행에 불합리한 점이 있다면 공익을 위해, 주권자인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비리공직자 퇴출을 위해, 투명행정을 위해, 납세자의 권리를 위해, 국가안보에 직결되는 예산집행내역만 빼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문제있는 것만 낱낱이 공개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재정정보원은 지난 2013년 8월 13일에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한국재정정보원법」에 의해 세워진 기획재정부 산하단체다. 이른바 법정특수법인이다. 2016년 3월 「한국재정정보원법」은 국회 입법심사 과정에서 별다른 이견 없이 통과되었다. 

당시 국회 심사 과정 이면에서는 정부 관료들이 그럴듯한 명분을 만들어 관변형 산하기관을 만들려는 의도, 즉 관익이 내재된 특혜성 입법이라는 지적들이 적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개방모집을 통해 다양한 재정전문가로 발탁하지 않고, 원장 자리부터 기획재정부 출신들이 자리잡고 있다.

당시 한국재정정보원법 제정을 위해 내세운 가장 중요한 명분이, 재정정보시스템의 엄격한 독립적 보완 관리를 위해서 한국재정정보원이 꼭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사실, 기획재정부가 관리하는 ‘전산 시스템’ 하나에 한국재정정보원이라는 별도의 기관이 하나씩 필요한 것이라면, 정부 기관마다 관리되고 있는 수백 개의 중요 시스템 마다 별도의 관리기관 설치가 필요하다는 논리가 가능해진다.

당시 「한국재정정보원법」안의 제안이유는 아래와 같다.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dBrain)을 안정적으로 운영․관리하고 국가재정 관련 정책의 개발을 지원함으로써 국가재정 업무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의 수출 등 재정정보화 분야의 국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한국재정정보원을 설립하고, 한국재정정보원의 사업 범위, 국가의 출연금 지급 근거, 사업계획서 및 예산서 등의 제출, 임직원 등의 비밀누설 금지 의무 등 한국재정정보원의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려는 것임.

당시 「한국재정정보원법」안의 핵심 골자는 첫째, 한국재정정보원의 설립 근거를 두려는 것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국가재정법」 제97조의2에 따라 재정에 관한 업무를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 정보통신매체 및 프로그램인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dBrain)이 운영되어 왔다.

둘째, 「한국재정정보원법」안은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의 운영․관리와 함께 재정 관련 통계의 관리,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 인터넷 홈페이지의 운영,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의 수출 등 재정정보화 분야의 국제협력, 재정 분야 보안관제센터의 운영․관리 등을 한국재정정보원의 사업 범위로 정하였다.

세 번째, 출연금의 지급 규정을 두었다. 한국재정정보원이 공공의 목적으로 국가재정 업무를 수행하게 됨에 따라 한국재정정보원의 시설, 운영 및 사업에 필요한 경비에 충당하기 위하여 국가가 출연금을 지급할 수 있는 근거를 두도록 한 것이다.

당시까지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은 컨텐츠 측면에서는 기획재정부가 당연 총괄 관리를 하지만 시스템 정비, 보완 등과 같은 순수 전산관리는 민간위탁 방식을 통하여 운영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기획재정부는 자체 전문 관리 인력이 부족하고 민간위탁 업무의 관리가 어렵고, 국가 사업정보의 유출이 우려되는 등 국가재정 업무에 전문성․안정성 및 보안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의 민간위탁 운영․관리에 따른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하여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의 관리․운영 전담기관으로서 법정특수법인인 한국재정정보원을 설립하여야 한다는 논리를 제기한 것이다.

물론 국가 중요 정보 관리 체계에 있어 민간에의 기술의존은 항상 모종의 위험성(예산정보의 사전입수를 통한 사익 활용 우려 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당시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 개정에 따라 국내 대기업의 소프트웨어 사업 참여 제한으로, 2015년부터는 시스템 관리를 맡아온 기존 S기업 사업자의 참여가 곤란하게 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은 국가 재정 집행에 대한 정보를 집적한 것으로서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국민 전체에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하는 정보에 속한다. 국가기밀이 아닌 것이 99%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존 관리 사업자의 정보 유출(사적 활용)이나 관리 소홀 등의 문제가 불거진 바도 없다.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개정에 따라 정부기관 전산관리에 대기업 참여가 어려워질 것이 예상된다면 오히려 기획재정부 자체 전산인력 전문가 일부 충원(순환보직 예외 전문인력 등)을 통해서도 충분히 보완강화가 가능한 것이었다. 또한 기존 행정안전부 산하에 전산전문기구가 설치되어 있으므로 이를 활용하는 방안도 충분히 가능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스템 관리 하나에 정부 산하기관 하나를 신설하는 방향으로 문제의 해결점을 보고자 한 것이다.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입법조사관, 전문위원의 검토의견에 따르면, 이 제정법안의 입법화로 공공법인인 한국재정정보원을 설립하여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의 운영․관리를 직접 담당하게 할 경우, 중요정보의 외부 유출 등 보안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민간에의 기술종속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운영인력의 연속성에 따라 국가재정업무의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하여 기획재정부의 입장을 지지하는 의견을 개진하였다. 나아가, 안 제5조 제1항 제4호의 사업범위에서 정하는 바와 같이,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의 수출 등 재정정보화 분야의 국제협력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전문인력에 의한 해외컨설팅 및 핵심기능 제품화를 통해 국제협력의 내실화와 시스템 수출 촉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거창한 기대효과까지 첨언하였다.

그런데 국가 재정 내지 예산정보에 대한 민간 위탁 관리나 외부 제작 제공형 시스템 운영이 문제가 된다면 다른 나라도 우리나라가 제작, 제공하는 재정정보 관리 시스템 툴을 이용하는 것이 불편하고 위험하기는 매한가지일 수 있다. 또한 재정정보 관리 시스템이 아무리 고도화되더라도 다른 나라의 재정 관리 특수성에 최적으로 부합될 수는 없으며, 그러한 시스템 수출이나 국제협력이 얼마나 국익에 도움이 될지 미지수다. 또한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이 설계상 복잡하게 설계되어 있을지라도, 시스템 보안기술과 더불어 국제적으로 경쟁적 우위를 점할 고급기술도 아닌 것이다.

입법조사관, 전문위원 검토의견은 또, 한국재정정보원의 설립으로 전문성, 안정성 및 보안성의 강화와 시스템 수출 촉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나, 다만 자칫 정부 출연금 증가로 정부의 재정부담이 과중해지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은 적시하면서, 한국재정정보원의 운영재원과 관련하여 안 제5조 제2항이 법정 사업범위 외에도 필요 경비 조달을 위한 별도의 ‘수익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안 제11조는 정부 출연금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고 하며 이의 필요성을 지지하였다. 국가 재정정보 시스템의 민간 위탁 시 정보 유출과 사적 활용이 문제가 된다고 하면서, 정작 한국재정정보원이 수익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하거니와, 국가 예산정보를 활용한 수익사업을 전개할 위험성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한편 당시 제정안에 첨부된 예산정책처의 비용추계서에 의하면, 한국재정정보원은 인건비․운영비․사업비로 매년 약 200억 원 가량의 경비가 소요되고 초기 설립비용으로 78억 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한국재정정보원은 기획재정부의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 운영 및 관리 사업’ 에 대한 174억 원의 사업비 외에도 ‘사이버안전센터 구축 운영 사업’을 이관 받아 수행하게 되므로, 이에 필요한 21억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 운영 및 관리 사업’의 경우 제정안 심의 당시 기준으로 직전 4년간 지속적으로 예산이 감소하여 왔던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스템 관리 민간위탁 체제 하에서도 소요예산의 절감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온 것이다. 따라서, 한국재정정보원이 설립되고 시스템 관리 사업을 이관 받는다 하더라도 기존에 민간 위탁 체제에서 소요된 예산의 수준이면 족할 것인데, 오히려 더욱 거대한 재정이 소요되도록 설계되었다. 한국재정정보원 설립 시 최적으로 소요되는 조직․인력 등과 이에 따른 예산규모가 과연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시스템의 내용적 질적 관리를 하는 것이 아닌 한, 차라리 정부 각 기관들의 시스템 보안 관리를 위한 기존의 전산 전문 기관을 활용하거나 ‘국립전산정보관리원’ 등으로 일원화하여 시스템 보안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효율적이었을 수 있었던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기획재정부 디브레인 시스템 관리 부서에 전산 전문직 공무원을 배치하고 순환보직 대신 예컨대 5년 등 일정기간 업무전담을 하도록 한다면 별도의 기관을 설치하는 것이 굳이 필요치 않을 수 있다. 또한 시스템 관리 전담 기구를 설치하더라도 ‘수익사업’이 필요치 않을 수 있다. 오히려 한국재정정보원이 국가예산, 국가재정 정보를 활용하여 수익을 올리는 행태가 문제시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안에는 수익사업 가능 규정을 두었다. 너무나 이상하다. 재정정보를 관리하는 기구가 왜 수익사업을 하고자 하는지.

어쨌든, 한국재정정보원은 2016년 순탄하게 국회를 통과해 야심차게 설립됐다. 그런데 결국 재정정보의 엄격한 독립적 보완 관리를 하겠다던 한국재정정보원의 존재의의가 정작 국회에서 사단이 났다.

정보 보안을 위해 국회에서 탄생한 기관이 국회에서 정보가 유출된 것이다. 이보다 더 씁쓸한 블랙 코미디, 입법 코미디가 또 어디 있으려나 싶다. 

한국재정정보원은 모든 것이 국회의원실 책임이라는 투다. 보도자료에 국민 앞에 드리는 깊은 반성의 기미 한 점 보이지 않는다.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한 마디로 퉁치고 있다. 국민은 아무 생각없이 사는 개돼지가 아니다. 의원실도 책임이 있고, 한국재정정보원의 책임은 지대하다. 

개탄스럽다.

논설위원 이경선

 

한국재정정보원이 게제한 보도자료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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