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 재감사 승인을 무기로 기업에게 폭리 취하는 행태 개선해야

올해 회계감사에서 비적정 의견을 받은 기업 19곳이 재감사를 받는데 200억원에 가까운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감사비용이 아닌 지원 비용으로만 100억원 넘게 지불했다.

회계법인이 위기에 처한 기업을 대상으로 과도한 폭리를 취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재감사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재감사를 받은 19개사의 원감사 비용은 33억7500만원이었으나 재감사 관련 비용은 총 199억8300만원으로 나타났다. 재감사 비용이 6배가까이 비싸다.

그런데 재감사 비용 199억원 중 절반 이상(112억5500만원)이 재감사 지원을 위해 따로 체결한 계약에서 발생했다. 디지털 정보를 분석하는 포렌식 용역, 회사 재무제표 작성을 돕는 PA(프라이빗어카운턴트)용역, 각종 법률지원 업무용역 등이다.

이는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이 회사 측에 재감사를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로 요구하는 용역들이다. 피감회사의 경우 재감사 승인을 위해 어쩔수 없이 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19개사의 재감사 지원 비용을 항목별로 살펴보면 디지털포렌식 용역 비용이 46억8800만원, PA계약 비용이 32억9200만원, 법무지원 비용 등이 32억7500만원으로 집계됐다. 각 항목별 비용이 원감사 비용과 비슷하다.

우성아이비는 올해 원감사비용으로 1억4000만원을 지불했으나 재감사비용은 2억9000만원, 재감사 관련 지원비용(디지털 포렌식 등)은 15억1000만원이 들었다. 원감사 대비 13배에 가까운 돈을 재감사에 사용했다.

이에스에이는 원감사비용이 1억700만원이었으나 재감사비용은 3억5000만원으로 3배 넘게 늘었고 재감사 관련 지원비용으로도 10억1000만원이 들었다. 감마누는 원감사에 1억9300만원을 지불했고 재감사 및 재감사지원비용으로 16억7800만원을 썼다.

세화아이엠씨의 경우 본감사는 3억5500만원이었으나 재감사비용은 16억원, 재감사 관련 지원비용은 7억3300만원을 지불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실 감사 논란이 일었던 파티게임즈는 원감사 비용이 2억7800만원, 재감사 비용 9억4000만원, 재감사 지원비용이 10억200만원이었다.

이태규 의원 측은 이같은 재감사 지원 업무를 국내 4대 회계법인(삼일·삼정·안진·한영)이 대부분 수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계업계의 한 관계자도 "4대 회계법인 정도 돼야 디지털포렌식을 위한 인력이 갖춰져 있다"며 "이들이 재감사 시장에서 쏠쏠한 수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이 직접 맡을 수 없어 다른 회계법인에 지원용역을 맡기는데, 여기에는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의 입김이 들어간다"며 "대형 회계법인끼리 서로 용역계약을 주고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규 의원은 "재감사 보고서의 경우 원 감사인과 계약을 체결토록 하고 있어 재감사 비용이 대폭 늘어나는 등 다양한 문제에 노출되어 있다.

현행 제도에서 상장 유지를 위해서는 재감사 보고서가 필요하므로 기업 입장에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높은 재감사 비용을 수용할 수 밖에 없고, 감사인은 감사의견을 거절 등에서 적정으로 변경하는 경우 금감원 감리를 받을 수 있어 극히 보수적으로 감사할 수 밖에 없다" 고 밝혔다.

또한, “과도한 재감사 비용이 들어가는 재감사제도를 전면 검토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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