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규성 생산성본부 회장 “공장감성화 사업으로 삭막한 공장 지대도 인문적 매력 담은 공간으로 재구성해야”

제조산업 생산성 향상을 위해 스마트 팩토리 확산을 적극 주창해왔던 노규성 한국생산성본부 회장이 스마트 팩토리 우선추진 대상지역이 아닌 일반 공장 지대에 대해서는 공장 감성화 사업 추진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고 나서 주목된다.

노규성 회장은 '장기수선충당금을 활용한 아파트 마을기업 창업 활성화', '문화예술제품이나 기업제품 판매촉진을 위한 복권기능 탑재' 등 사회적경제형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경제위기 타개를 위한 다양한 파격 성장 아이디어 이슈들을 적극 발굴 ' 제안해 세간의 비상한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노규성 회장이 주창하고 나선 세번째 파격성장 아이디어는 '감성공장', '공장 감성화 사업'이다. 공장 감성화 사업의 핵심 취지를 들여다봤다.

■ 그동안 스마트 팩토리 확산을 위해 가장 주도적으로 노력해 오셨다. 정부도 스마트 팩토리 확산을 위해 올해 1조2086억 원을 배정하고 2022년까지 스마트공장 3만개 확대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이 상황에서 특별히 공장 감성화 필요성을 추가로 제안하신 이유가 있는가?

☞ 제조업 기반으로 먹고살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제조기반을 스마트 팩트리 환경으로 대대적으로 바꾸어 나가야 국제 경쟁력을 리드할 수 있다. 스마트 팩토리는 한국 경제 트랜스포메이션 핵심 과제다. 정부가 이러한 신념을 갖고 스마트 팩토리 확대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 이유다.

다만, 전국에 걸쳐 모든 제조 현장과 공장을 한꺼번에 스마트 팩토리화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기업의 자체적인 개조 노력이 전제되지 않는 한 예산 투입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스마트 팩토리화가 적합하지 않은 공장이나 영세한 공장들이 많다는 현실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스마트 팩토리화를 논할 여지가 없는 유휴공장들도 상당수 있다. 공장 감성화 사업은 스마트 팩토리화 되기 어려운 공장들이나 스마트 팩토리화가 다소 적합하지 않은 공장에 대한 또 다른 차원의 변화를 도모하는 보완책이라 할 수 있다.

■ 공장 감성화 사업은 공장 공간도 나름 특색있고 미학적인 공간으로 바꿔나가자는 취지로 읽혀진다. 공장은 고객을 대면하기 보다는 주로 제품을 생산하는 곳이기 때문에 시각적 정서적 측면까지 고려할 공장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들이 지배적이다. 공장 감성화가 이 시점에서 고려되어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정말 공장이 많다. 도시 안에 있던 공장들이 도시 주변부로 밀려나서 생겨난 것들도 있고, 지대가 저렴한 곳을 찾아 입지한 공장들도 있다. 도시가 확대되면서 생활 거주지와 공장들이 뒤섞이게 된 곳도 많다. 공장이 국가산업단지나 지방산업단지에만 입지해 있는 것이 아니다. 작은 공장들이 모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소공단을 형성하게 된 곳들도 많다. 그리고 공장 주변은 슬럼화 되어 있거나, 정비가 잘 안되어 어수선한 모습이다. 당장 사업을 하고 먹고사는 게 당면 과제인 지금까지의 상황에서 이런 것 자체가 문제가 되진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달라져야 한다. 공장 지대는 삭막하다는 고정관념을 대대적으로 깨 나가야 한다. 지역에 따라서는 공장 이주 정책도 필요하겠지만, 공장이 이주하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있더라도 이상 삭막한 시설물로 있어서는 안 된다. 나름의 문화적 특색을 갖추도록 변모해야 한다.

비록 고객을 대면하는 공간은 아니지만, 매일매일 그 공간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행복감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공장의 감성화가 노동자의 생산력과 직무만족도, 일자리 유인 효과 등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한다. 지역 주민의 삶과 마을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고, 각박한 한국사회의 의식 변화로도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수도권에 위치한 어수선한 공장 지대 모습
수도권에 위치한 어수선한 공장 지대 모습

■ 공장 감성화, 감성공장 확대의 방식과 기대 효과는 무엇인가?

☞ 공장 감성화 사업을 정형화된 어느 하나의 모습으로 단정해서 설명하긴 어렵다. 공장의 내부 공간과 외부 공간에 대한 인문적이고 감각적인 접근이 중요하다. 공장은 거칠고 삭막한 곳이라는 생각을 걷어내는 새로운 공장문화를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공장 공간을 변모시키는 것에 대한 전문가, 예술가, 일반 국민들의 창의적인 발상들을 이참에 전국적으로 수렴할 필요가 있다.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 공장을 찾는 사람, 공장 주변에 사는 사람, 공장 옆을 지나는 사람 모두가 깔끔하고, 쾌적하고, 문화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공장 감성화 사업이 전국에 걸쳐 천편일률적인 공장 모습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 공장도 특색을 가진 건축문화이자 인문적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조립식 공장도 마찬가지다. 중대형공장은 스마트 팩토리화가 적합하겠지만, 소규모 공장은 감성공장화가 적합할 수 있다. 공장들도 마치 공방 작업실처럼 행복감이 느껴지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변신할 수 있다고 본다. 전국에 걸쳐 축조되어 있는 공장 건축물에 새로운 붐을 불러일으킴으로써 나라 전체의 풍경과 정서, 주민의 행복감을 높여야 한다.

공장에 인문적 미학적 관점을 반영시키자고 해서, 이것이 그저 공장을 이쁘게 짓거나 보기 좋게 꾸미자는 것이 아니다. 공장을 개조하는 것 자체가 모두 비용이고 사업자에겐 큰 부담이다.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환경 정비와 더불어 최소한의 특색을 갖춘 공간으로 개조할 수 있는 적정선을 찾는 것으로 충분하다.

사업자에게 그다지 부담되는 않는 수준이면서도 기존 공장의 내외부 공간을 색다르게 변모시키는 방향을 구상하고, 전국에 걸쳐 유행처럼 번지게 해야 한다. 공장 감성화 사업이 스마트 팩토리화와 함께 진행될 수도 있다.

■ 생산성본부가 새해의 중점 CSR 사업으로 공장 감성화 사업을 테마로 선정했다. 공장 감성화, 감성공장이 기업 생산성, 사회적 가치 창출로 연결된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업의 제조 생산성이나 서비스 혁신은 생산성본부의 변함없는 주된 관심사다. 다만, 이제는 제조와 서비스, 기업 경영도 사회 구성원이 좀 더 행복하고, 공익적 가치, 사회적 가치가 함께 확대되는 방향으로 대전환 해야 한다.

공장 감성화는 제조 현장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물론이고, 주변 지역민과 사회 전체에 걸쳐 행복감을 높여줄 것이다. 어쩌면 어디를 가나 매력을 잃어버린 한국적 풍경들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시작일 수도 있다.

■ 생산성본부가 CSR 사업으로 선정한 감성 공장화 사업 내용 안에 ‘폐공장 재활용’도 추가되어 있는데?

☞ 폐공장 재활용 사업은 말 그대로 폐업했거나 사실상 폐공장으로 방치되어 있는 공간을 새로운 창의적인 제조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거나, 지역 주민이나 문화 활동가들이 함께 이용하는 창업공간, 문화사업, 예술공간으로 활용하게 하는 것이다. 유휴공간을 새로운 지역문화 거점으로 바꾼 성공적인 사례들이 있다. 이런 사례들을 사회적으로 좀 더 대폭적으로 확대하는 기폭제 역할을 해나가고자 한다.

기업의 생산성은 우선 제품이나 서비스를 새로 더 많이 생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사실은 기존에 만들어진 것을 다시 활용하는 ‘재활용’과 ‘재생’의 개념도 2차 생산성이다. 폐공장 재활용도 또 다른 차원에서 지역과 연결되는 2차 생산성 사업이다.

■ 덧붙여 주실 말씀은?

☞ 우리 사회 전체에 걸쳐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묘지도 인문생태학적인 도시 숲으로 재생되어야 하고, 주택 문화도, 정거장도, 농촌의 우중충한 컨테이너 박스들도, 전봇대 하나도 모두 문화적 요소라는 생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공장은 삭막하다’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공장재생, 소공단 재생에 나서야 한다. 국가산업단지와 지방산업단지는 ‘노후거점산업단지의 활력증진 및 경쟁력강화를 위한 특별법’에 의해서 계속적으로 구조와 환경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나머지 공장들을 대부분 사실상 방치되어 있다.

공장 감성화 사업은 저비용 고효율을 기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을 찾는 게 관건일 것이다. 감성을 담은 공장과 산업단지는 그 자체로 고부가가치를 품은 ‘낭만산업’의 자원이 될 것이다. 어차피 있어야할 공장이라면, 기왕이면 매력있는 공장 풍경으로 만들고, 그것이 또 다른 차원에서 낭만산업 요소가 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

 

 

인터뷰어 : 논설위원 겸 부사장 이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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