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입법학회 신년학술대회 기조발제 B

입법학,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임종훈

홍익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⑶ 국내 주요 대학에서는 입법학 과목에서 무엇을 가르치고 있을까?

국내의 법학전문대학원과 법과대학 또는 법학과 중 어느 곳에서(즉, 몇 개의 대학에서) 입법학 강의가 이루어지는지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여기서는 입법학 강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몇몇 법학전문대학원과 법과대학에서 입법학을 강의하고 계시거나 강의하신 적이 있는 교수님과 전화 통화나 email을 통해서 입법학 수업시간에 무엇을 강의하는지를 알아본 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소개는 특정 대학이나 교수님의 성명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하나하나의 사례로 간주해서 소개하기로 한다.

사례1: 1980년대 중반에 서울대학교에서 입법학을 강의하기 시작했을 때는 학생들에게 기존 법학과 다른 차원에서 ‘좋은 법’을 만들기 위한 연구가 법학의 한 분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학생들의 시야를 트게 하는데 강의의 주안점을 두었다.

사례2: 입법의 원칙을 강의하고, 입법과정을 소개한 다음, 입법의 한계를 설명하고, 학생들에게 학교법인의 정관을 개정해보도록 함으로써 입법기술의 기본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사례3: 우리나라의 법체계를 개관한 후,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대의민주제, 선거제도 및 국회 구성에 관하여 강의하고, 입법과정과 실정법 해석론을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입법과정에 대해서는 4주 정도에 걸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법해석과 관련해서는 일반적 방법론을 설명한 다음, 법제처 법령해석심의위원회의 심의 안건(실제 사례)을 가지고 토론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2주 정도가 법령해석에 할애되고 있다. 그 외에도 입법과정에 대한 사법통제라는 차원에서 헌법재판제도를 검토하며, 학생들이 법률개정안을 성안하는 연습도 하도록 하고 있다.

사례4: 강좌의 이름 자체가 입법학이 아니고 입법과정론인 경우도 있다. 이 강좌에서는 민주주의, 의회민주주의, 정부형태에 관하여 강의한 후, 국회의 입법과정(비교법적 검토 포함)을 주로 검토하는 것으로 생각되며, 그 외에도 현안이 되고 있는 법률안을 두서너 개 선정하여 팀별로 분석ㆍ발표하게 하고 있다.

사례5: 입법과정, 법률모델, 국법체계, 법제개혁, 법제실무, 입법평가, 입법평론 및 입법정책등을 강의하고 있다.

사례6: 입법과정을 3주 정도 강의하고, 법령해석에 대하여 4주 정도 수업을 한 다음, 6주 내지 7주 정도에 걸쳐서 법령입안에 대하여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법령입안과 관련해서는 법제처에서 직원들의 업무지침서로 발간한 「법령입안ㆍ심사기준」(2018년 판. 비매품)을 교재로 사용하고 있다. 학생들은 법제처 홈페이지에서 이 교재를 다운로드 받아 인쇄해야 한다.

사례7: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입법학과 입법과정론을 격년제로 강의하고, 일반대학원에서는 ‘입법정책론,’ 법학전문대학원의 전문박사 과정에서는 ‘헌법과 법제’를 강의하고 있다. 이들 과목 중 입법학의 경우, 입법과정에 절반 정도의 시간을 할애하는데, 강의는 사례 위주로 진행을 하며, 입법원칙에 대하여 4주 정도 수업을 하고, 입법평가와 법률개선론에 대하여 각각 1주씩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곱 개의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찾을 수 있는 내용은, 비록 모든 사례에 다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니나, 입법의 원칙, 입법과정, 법령해석 및 법령입안(또는 입법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 중, 미국에서 수학을 하신 교수님들께서는 입법과정과 법령해석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독일에서 수학을 하신 교수님의 경우에는 입법평가와 입법개선에 대해서도 간단히 강의를 하시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이러한 강의 내용 중 입법의 원칙이 입법에서 준수해야 할 비례의 원칙, 평등원칙, 신뢰보호의 원칙, 소급입법금지의 원칙, 명확성의 원칙 및 체계정당성의 원칙 등이라고 하면, 이러한 주제는 헌법학에서 다루어지는 내용으로서 입법학의 고유영역은 아니라는 문제가 있다.

3. 제언

⑴ 입법학이 법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과목, 즉 수강할만한 가치와 의미가 있는 과목이 되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는 것이 가장 적절한지에 대한 질문은, 동시에 입법학이 법학의 한 분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독자성과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과도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입법학이 국내 대학에서 강의되기 시작한 이래 30년 정도가 경과한 현시점에서 한국입법학회를 중심으로 입법학에서 무엇을 가르치는 것이 가장 적절한지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 그 공론화는 우리보다 입법학을 먼저 시작한 미국과 독일 등 외국의 예를 참고하면서, 국내 대학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입법학 강좌의 수업 내용을 토대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공론화의 결과, 입법학 강의에서 필수적으로 가르쳐야 할 내용의 최소한도를 함께 정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다만, 여기서 검토를 해야 할 하나의 사안은 법령입안이나 법제기술에 대해서 강의를 한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대학에서 입법학을 강의하시는 대부분의 교수님들이 입법실무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특히 그러하다. 따라서 입법학에서 법령입안에 대해서도 강의를 할지 여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며, 강의를 한다면 어떻게 강의를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지혜의 교환이 필요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입법학 강의에서 입법의 원칙, 입법과정 및 법령해석을 주로 강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다만, 입법의 원칙은, 위에서 언급한 대로, 헌법학의 영역에 속하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깊게 다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법령해석은 법학을 전공한 법학도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실무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입법학 강의에 입법평가를 추가하는 것도 좋다고 본다.

 

학술취재 : 논설위원 겸 부사장 이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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