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남북관계 위기 속 "전쟁 끝내자" 절박하게 호소
文대통령, 남북관계 위기 속 "전쟁 끝내자" 절박하게 호소
  • 이익준 기자
  • 승인 2020.06.26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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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70주년에 유해봉환식…남북미 종전선언 연상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전쟁 제70주년 행사에 참석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2020.06.25.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전쟁 제70주년 행사에 참석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2020.06.25.

문 대통령은 25일 오후 경기도 성남의 서울공항 격납고에서 거행된 6·25전쟁 70주년 행사에 참석, 기념사에서 "세계사에서 가장 슬픈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에 북한도 담대하게 나서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어 "남과 북, 온 겨레가 겪은 전쟁의 비극이 후세들에게 공동의 기억으로 전해져 평화를 열어가는 힘이 되길 기원한다"며 "통일을 말하려면 먼저 평화를 이뤄야 하고, 평화가 오래 이어진 후에야 비로소 통일의 문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모 세대가 겪은 전쟁의 비극이 자식 세대가 열어 갈 평화의 원천이 되기를 바란다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에서 최근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남북관계에 대한 아쉬움이 느껴진다.

문재인 대통령은 위기의 남북관계 앞에서도 평화의 희망을 놓지 않았다. 70년 전 민족 상잔의 비극이 시작됐던 그날에 '슬픈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에 동참해 줄 것을 북한에 호소했다.

지금 당장 평화 너머의 통일을 앞당기려는 인위적 노력 대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일궈온 남북관계의 파탄을 막는 게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성찰의 인식이 묻어난다는 것이다. 서두르지도 재촉하지도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통해 확인한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잘 알고 있으며 다음 세대에게 평화의 '바통'을 넘길 수 밖에 없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문 대통령이 "통일을 말하기 이전에 먼저 사이좋은 이웃이 되길 바란다"고 밝힌 대목은 더이상 북한에 속도감 있는 관계 개선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 "남북 간 체제경쟁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며 "우리의 체제를 북한에 강요할 생각도 없다. 우리는 평화를 추구하며, 함께 잘 살고자 한다"고 한  부분도 지난 시간 기울였던 평화 노력 속엔 체제 전복의 숨은 의도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읽힌다.

'하노이 노딜'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를 자력갱생으로 정면돌파하고 있는 북한의 절실한 상황을 이해 못하고 체제 존속의 위협이 될 수 있는 대북전단 살포 행위를 막지 못했다는 자성적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은 70년 간 끝나지 않은 전쟁 종식에 대한 당위성 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 '한반도의 봄'을 알린 4·27 판문점 선언에서 함께 담았던 '종전선언'의 필요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모든 이들에게 공통된 하나의 마음은 이 땅에 두 번 다시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6·25전쟁을 세대와 이념을 통합하는 모두의 역사적 경험으로 만들기 위해, 이 오래된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종전선언의 당위성을 재확인 했다.

4·27 판문점 1차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판문점 공동선언' 제3조에는 종전의 필요성을 확인함과 동시에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을 남북이 함께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 대통령이 6·12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과 동시에 남북미 3자 정상회담에 강한 애착을 보였던 것도 '종전선언'을 담보하기 위함이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불가역적인 단계 진입을 위해 종전선언이 필요하다는 게 문 대통령의 확고한 인식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비핵화 협상에 집중하고자 했던 김 위원장이 이를 거부하면서 싱가포르에서의 남북미 종전선언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대목은 존 볼턴 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좌관의 최근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에 묘사돼 있다.

문 대통령은 직접적인 메시지로 무산됐던 종전선언에 대한 재추진 의지를 밝히는 것 대신 6·25전쟁 국군전사자의 유해 봉환(奉還) 행사를 통해 간접적 메시지를 발신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전쟁 제70주년 행사에 참석해 국군전사자 유해함에 6.25참전 기장을 수여한 후 묵념하고있다. 왼쪽부터 정경두 국방부장관, 박삼득 국가보훈처장, 문재인 대통령,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2020.06.25.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전쟁 제70주년 행사에 참석해 국군전사자 유해함에 6.25참전 기장을 수여한 후 묵념하고있다. 왼쪽부터 정경두 국방부장관, 박삼득 국가보훈처장, 문재인 대통령,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2020.06.25.

70년 세월 동안 북한에 묻혀 있던 국군전사자의 유해가 미국을 거쳐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것에 의미 부여를 통해 남북, 북미 정상 간 합의 정신을 환기 시켰다.

제1차 북미 정상회담 결과물인 '센토사 합의'에서 북미 간 전쟁 실종자들의 유해 수습을 약속한다는 조항이 출발점이 됐고, 이어 남북 정상 간 9·19 평양공동 선언(남북공동유해발굴)이 뒷받침 돼 이날의 유해 봉환이 가능했다.

북미 정상 간 센토사 합의를 통해 북한이 미확인 실종자들의 유해를 수습해 미국으로 송환할 수 있었다면 남북 정상 간 9·19 합의로 국군전사자 유해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단 역사적 사실을 메시지 대신 차용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전쟁의 참혹함을 강조한 것도, 국군전사자 유해에 최고의 예우를 갖춘 것도 이러한 메시지를 포괄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전쟁의 참혹함을 잊지 않는 것이 '종전'을 향한 첫걸음"이라고 말한 것도 이러한 맥락 위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윤재관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번 유해봉환은 남북미 관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계기가 됐다"며 "DMZ 구역 남북 공동 유해발굴사업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으로 연결되면서 북한 지역 내 전사자 유해 인계 관련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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