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윤 회장
지난 6개월간의 세계경제 흐름을 중간결산해보면 너무 많은 것이 너무 많이 바뀌었다. 세계경제 구조가 달라졌다. 세계경제체질이 달라졌다. 세계경제 질서가 달라졌다. 세계경제 판도가 달라졌다. 위계서열도 바뀌고 있다. 세계경제 환경도, 그리고 패러다임도 바뀌어지고 있다. 글로벌경제, 정보화시대, 디지털시대로 잘나가는 듯싶던 세계경제가 마침내 대 혼돈 상태에 빠져버렸다.

그러나 세계경제가 입은 피해는 대공황 때처럼 심각하지 않았다. 30년대, 또는 70년대와 경제상황이 다르고 경제여건도 달라졌다. 이제 어떤 위기와 충격에도 견딜 수 있는 최소한의 완충장치는 갖추어져있다.

세계 각국은 정부부문의 비중이 커졌고 (공공투자 · 사회보장제도 · 사회안전망 확충 등), 금융위기에 대해 신속하게 공조하면서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쓰나미와 같은 엄청난 충격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는 허무하게 무너지지 않고 위태위태한 가운데서도 경제는 돌아가고 있다. 과감한 정부지출과 사회보장제도, 그리고 최소한의 소비 ··· 이런 것 들이 주축이 되어 실물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막아주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일자리는 큰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실업이 급속히 늘어나고 일자리가 없어지면서 정치 · 경제 · 사회 ··· 온 나라가, 아니 온 세계가 시끄러워졌다.

그래서 세계는 지금 일자리 창출과 전쟁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늘 하던 버릇 데로라면 경제를 살리자, 성장을 하자고 외쳐야 할 텐데 이런 수사들이 쑤-욱 들어가 버리고 발등의 불끄기에 바빠졌다. 발등의 불을 끄는 일이란 다름 아닌 (국민들에게) 삶의 터전을 마련해주는 일 - 즉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 각국 지도자들은 앞장서서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위해 부지런히 뛰고 있다. 돈을 몇 조 달러씩 겁 없이 퍼부어 대면서 금리를 0% 수준까지 내리려하고 있다. 경제학자들도 맞장구를 치고 있다. 구경꾼이 겁날 지경이 돼버렸다.

미국의 오바마 당선자는 신뉴딜정책을,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형뉴딜정책을, 그리고 다른 나라 지도자들도 각자 체질에 맞는 일자리 창출 정책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더욱 어렵게 꼬여가고 있다. 일자리 문제도 풀릴 기미마저 보이지 않다. 그것은 세계경제에 거품이 가득 차 있기 때문 - . 그리고 그 거품이 빠지지 않고 있다. 실물경제는 뒷걸음질하고 있는데 증권시장, 부동산시장, 그리고 각종 펀드 · 파생상품으로 가득 차 있는 증권의 거품이 좀처럼 빠지지 않고 있다. 아무튼 거품이 빠지지 않으면 경제는 움직일 수 없다. 세계경제가 거품 속에서 허우적거리면 일자리 만들기 정책이 힘을 쓸 수가 없게 된다. 그러나 세계의 지도자들은 거품을 거두어 낼 궁리는 하지 않고 무작정 돈을 퍼부어가며 거품을 일으키는 일만 하고 있다.

아무튼 일자리 창출과의 전쟁은 누가 어떻게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라지게 돼있다. 승자는 성공한 지도자로, 그리고 패자는 실패한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게 돼있다. (그러니까 위기극복의 수순은 먼저 거품부터 빼고, 다음 일자리 만들어내고, 그다음 경제 살려내는 (정상화) 순서로 갈수밖에 없게 돼있다.) <4.계속>

저작권자 © 의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