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입법정책학회(회장 김진기)와 한국법제연구원(원장 한영수)은 지난 14일 오후 2시부터 8시까지 압구정동에 위치한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서울학습관 세미나실에서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입법평가’를 대주제로 장시간의 밀착토론형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총 4개 세부 세션으로 구성된 이날 행사는, 각 세션마다 발제자와 토론자들 간에 열띤 토론이 오고 가면서 예상시간을 훌쩍 넘어 6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등 생동감 넘치는 행사로 마무리 됐다.

한국입법정책학회는 최신 입법정책 현안에 대해 법 연구자만이 아니라 다양한 학문 연구자와 사회 분야별 전문가들이 참여해 함께 토론하면서 문제를 풀어가는 다학제적 연구활동을 지향해 왔다.

이번 행사에서도 이러한 기조가 반영되어 학문 분야가 다른 연구자들 간에 새로운 관점과 문제의식, 이질적인 지식과 정보의 융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한국법제연구원도 기존에 관행적인 학술행사 패턴을 탈피하고, 좀 더 새로운 연구자가 참여하고 참신한 연구성과가 발굴되는 학술행사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하는 한국입법정책학회 김진기 회장의 개회사 전문을 소개한다.

개 회 사

정부 수립과 헌법 제정 이래 75년여의 기간 동안 우리 한국사회는 1600건에 이르는 방대한 양의 법률을 제정하여 시행 중에 있고, 행정규칙과 자치법규까지 14만여건 이르는 법령체계를 구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를 통해 국가와 사회의 현대적인 운영체계와 골격을 갖추고 선도하는 법치주의 국가로서의 양적 질적 발전을 이루어냈습니다.

그러나, 법안 발의량 등 입법의 폭증, 법령의 복잡성과 난해성 심화, 법률만능주의와 포퓰리즘입법의 과잉, 칸막이식 부처소관주의에 따른 법령체계의 파편화, 법제에 기반한 기득권 체계 공고화, 법조전문가들의 카르텔화와 엘리트주의 심화, 법절차의 형식주의와 요식화 심화, 법에 의한 규제 만발과 사회 자율성 위축, 법률에 의한 예산편성과 지출 경직성 심화, 법에 근거한 기관설치만능주의 등 공공기관 비대화 등 심각한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기도 합니다.

형식적 법치주의, 실질적 법치주의 등과 같은 낡은 담론을 탈피하여, 국민의 일상생활과 행복감을 절대적으로 중요시하는 새로운 법치주의를 이야기 해야 할 때입니다. 아울러 좀 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법령체계를 구현하는 방안. 정치인 등 법공급자나 관료 등 법집행자의 시각이 아닌 법소비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친숙하게 느껴지는 법령체계를 구현하는 방안. 법률과 법률, 정책과 정책, 행정작용과 행정작용, 부처와 부처 간의 연계와 협업을 촉진하는 법제를 구현하는 방안, 더욱 많은 국민이 자유롭게 적극 참여하여 의견을 개진하면서 입법이 이루어지는 개방적 입법과정을 구현하는 방안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한국사회는 지금 국민경제 침체, 국제안보 불안, 최고조에 이르고 있는 정치갈등과 사회갈등, 고령화와 저출산, 삭막한 수준에 이른 생존투쟁과 성공경쟁 양상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한국사회 속에서 일상을 영위해가는 국민의 삶이 결코 녹녹치 않은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연구자들의 마음가짐, 시선과 발걸음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한 점이라도 더 국민의 삶을 살피는 주제, 불편을 해소하는 주제, 다루기 어렵지만 반드시 지향해야 할 주제, 사회 부조리의 깊숙한 내면을 파고드는 주제들이 필요합니다.

한국입법정책학회는 내년에 창립 20주년을 맞이하게 됩니다. 지난 19년여 동안 해석주의적이고 이론적인 법학이 아니라 현장을 담은 법학, 생활을 담은 법학, 욕망과 철학을 담은 법학을 지향하고자 역대 회장님들의 지도아래 많은 노력들을 기울여 왔습니다. 이를 위해 국문학, 심리학, 역사학, 경제학, 사회학 등 다양한 학제와의 연계와 융합적 연구활동도 시도했습니다. 크고작은 학술대회에서 대주제이든 소주제이든 좀 더 현실적이고 체감이 되는 주제를 발굴하고 현실적 대안을 제시하는 학회가 되고자 도전해 왔습니다.

오늘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입법평가라는 큰 주제 아래에서 4꼭지의 소주제를 엮어 보았습니다. ▲ 국민의 삶의 근간인 주거-집-부동산 문제를 조금 더 제대로 짚어보고자 ‘서민생활 향상을 위한 부동산법제 입법평가’를, ▲ 개인 모두에게 잠재되어 있는 문화예술적 재능을 맘껏 발산하고 더욱 참신하고 실험적이며 창작의 영역에 도전하며 행복을 추구해나가도록 독려해보고자 ‘문화다양성법 입법평가’를, ▲ 행정기본법, 행정절차법 외에 단위 행정작용 단위별로도 복잡하게 기본법 성격의 개별법들이 다수 제정되어 있는바, 복잡한 행정법체계 실태를 파악해 보고자 ‘행정작용 단위별 개별법 제정 양상과 법제실무에의 활용’을, ▲ 다양한 문화권에서 살아온 이주민들과 행복하게 어우러지는 다문화사회로 나아가고자 ‘다문화가족 지원 조례 분석’이라는 주제를 선정하여 오늘의 학술대회를 구성했습니다.

섬세하고 열정적인 오늘의 학술적 논의는 국민의 행복한 일상과 거리가 먼 법률들, 국민의 삶을 무시하는 입법행태들을 고쳐나가는 동력이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학회장 김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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