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방위산업 정부조달법제 최고전문가 김진기 변호사 특집인터뷰

‘법’을 연구하는 데 있어 단순히 해석법학, 재판법학으로서의 법을 연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법을 다양한 관점에서 진단하고 평가하는 등 학문분야 간의 융합적 연구를 지향하는 독보적인 학회가 있다. 한국입법정책학회가 바로 그곳이다. 한국입법정책학회는 2024년을 기점으로 창립 20주년을 맞게 된다.

역대 회장 모두 법학 교수 출신으로 이어지다가 지난해 이례적으로 법률실무전문가 출신인 김진기 변호사가 학회장으로 전격 취임하게 됐다. 김진기 변호사는 국방-군사법제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다.

땡볕 무더위가 사그라들고 시원한 가을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법학계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특별한 인물 김진기 회장을 만나 봤다.

법학계에서는 모르는 분이 없겠지만, 일반 독자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학회장님에 대해 여쭙고자 한다. 군법무관으로 28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근무하다 예편한 후 변호사 활동과 연구자 활동을 겸하고 계신데, 우선 소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전쟁의 북소리는 법을 침묵하게 한다”는 말이 있다. 또 전쟁 영웅 맥아더 장군이 법무관에 대한 자신의 소회를 밝힌 적이 있는데 “법무장교, 정말 중요하지. 그러나 그들과 함께 근무하는 것은 너무 껄끄러워...”라고 하였다고 한다. 미국도 이러한데 한국군에서 법무관으로 근무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전쟁과 가장 근접해 있는 조직인 군에서 28년간 근무하면서 어떤 순간에도 법이 침묵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군조직은 어떤 측면에선 상당히 부조리(不條理)할 수밖에 없는 조직이기도 하다. 즉, 군에 복무하는 것은 늦게 출근하였다는 이유로 전과자가 되기도 하고, 평소에도 수의(壽衣)를 입고 근무하며 또 자신의 목숨을 잃을 것을 알면서도 주어진 임무를 수행해야 하고, 상관의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곧바로 형사처벌을 받는다. 이렇게 사람으로서는 지극히 부조리한 조직이 군이다.

이런 조직에서 가장 조리(條理)에 맞는 법(法)이 그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은 한두 사람의 노력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단언컨대 2023년 현재 대한민국 군에서 법은 침묵하고 있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선배 법무관님들의 노고에 이 기회를 빌어 경의를 표하고 싶다.

다만 언제부터인가는 군내 법 과잉(過剩)이 군의 본질적 존재 가치를 잃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회의(懷疑)가 들 때가 있다. 군과 법의 절묘한 균형과 긴장에 대하여 우리 사회가 좀 더 고민하여야 한다고 본다. 이런 화두와 함께 지내왔다.

군조직과 법 그리고 법전문가라는 연결고리가 생소하면서도 매우 흥미롭게 느껴진다. 사회에 수많은 역할과 길이 있는데, 그 가운데 군법무관으로서의 길을 선택하신 사연을 말씀해 주신다면.

1992년에 국가시험에 합격하고, 1995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하였다. 헌법은 흔히들 통치구조와 기본권을 규율하는 국가의 최고법이라고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통치구조도 국민의 기본권을 가장 잘 보장하기 위한 구조설계를 다루므로 결국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구현하는 국가의 최고법이다.

국가조직 중에서 국내외 위협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최종적으로 보장하는 조직은 군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군은 최후의 기본권보장 기관이다. 그런 존재이유가 매력있게 다가왔다.

그리고, 1993년 문민정부 출범 이후 군의 전력정비사업(율곡사업) 비리를 묵도하면서 대규모 예산이 사용되는 전력정비사업에 법무관의 자격으로 참여함으로써 국익에 봉사하는 법률가로 성장하고 싶었다.

2020년 3월 23일 조선일보 등의 신문 개업광고 문구에 “...저는 합동참모본부 법무실장을 끝으로 28년 군법무관 생활을 마치고 변호사로 새 출발 하게 되었습니다. 헌법가치를 구현하고, 국민·사회·국가에 도움이 되는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변호사로 거듭나겠습니다...”라는 글을 넣은 적이 있다. 그 글의 취지는 법무관을 시작할 때의 마음이기도 하고, 군을 나와 일반 사회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항시 되새기는 마음이기도 하다.

군 전력 관련 대규모 예산 사업 등이 회장님의 시선을 끌었다고 하셨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군 예산 관련 어떤 사안에 관심을 두고 전문성을 깊이 하고자 한다는 말씀이신지.

국방 관련 정부조달 분야다. 올해 2023년부터 향후 5년간 국방비는 331조 원이고, 이중 병력유지비(인건비는 국방비의 약 40%에 해당함)를 제외하고 방사청이 집행하는 방위력개선비가 107조 원 그리고 각 군의 전력운영비 224조 원은 모두 정부조달시스템으로 사용된다.

방위사업청은 올해 17조 원을 집행함으로써 방산조달시장을 이끌고 있다. 또, WTO통계에 의하면, 일반적 국가는 정부지출의 50%를 정부조달시스템으로 사용하고, 그 액수는 GDP의 15-20%에 이른다.

따라서 정부조달분야는 향후에도 엄청난 법률수요가 예상되는 분야다. 국가계약법, 지방계약법, 공공기관운영법, 조달사업법, 방위사업법, 민자투자법, 국가과학기술기본법 등을 근거로 하는 정부조달계약의 다양한 분쟁양상과 불공정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지만 곧바로 법률분쟁으로 전환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계약체결 및 이행과정에서만 수요독과점의 폐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분쟁해결방법의 선택과 과정에서도 여전히 독과점의 모순적 구조가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분야 법률서비스 수요랄까 역할이랄까 하는 과정이 현저히 부족하다. 수요 창출이라는 것은 정부조달계약의 상대방인 국민이 계약과정에서 어떤 불이익을 입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국민의 권리보호 차원에서 변호사는 이 분야에 대한 법률지원 수요를 적극적으로 창출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는 변호사의 핵심업무이어야 한다.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조달청, 방위사업청 등 정부측이 계약당사자가 되는 계약에 대한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후배 변호사님들이 이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권유드린다. 대단히 적은 풀의 법조인들만이 이 분야를 다루고 있어 상당한 실무적 발전의 정체는 물론이고 이론적 혼동이 가중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새로운 논리와 방법론으로 무장한 신규 법조인의 등장이 요청된다.

국방 전력 관련 조달 분야에서 법률적 해석, 적용, 분쟁 조정, 권익구제, 부조리 해소 문제가 적극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는데, 이에 대한 전문법률가도 부족하고, 관심도 부족하고, 문제가 있어도 외부로 드러나기도 어렵고 외부 일반인이 인지하기도 어렵다는 점에 심각성이 있다고 본다. 그런 내용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 관련 저술에도 노력하신 것으로 아는데.

2009년 독일 LIT출판사에서 Staatliche Teilnahme am Terrorismus als Problem des Völkerrechts를 출판 한 바 있다. 방위사업청 법무지원팀장과 합동참모본부 법무실장으로 근무하면서 정부조달분야에 전문성을 키우면서 저술을 했다. 2019년 10월에는 법률신문사를 통해 “정부조달법 이해 - 한국·독일 이론과 실무”라는 책을 출판하였고 고맙게도 2020년 1월에 곧바로 2쇄를 인쇄하였다.

외국에서는 정부조달 분야에서 대단히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한국은 독일의 국고이론의 틀에서 헤쳐나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그간 판례의 발전도 문제된 사안의 해결에 급급한 부실한 이론의 맹목성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향후 변호사로서 정부조달 분야 실무 발전을 위해 집필활동을 통해서 기여하고 싶다.

독일에서 공부한 영향이기도 하겠으나 독일 정부조달법은 공정거래법(독일은 경쟁제한방지법이라고 한다) 제4장에 규정되어 있다. 그만큼 정부조달은 경쟁을 필연적 가치로 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조달은 경쟁원칙 구현을 가장 중요한 사명으로 하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기조는 EU는 말할 것도 없고, 세계은행, WTO정부조달협정에도 구체화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부조달법제에 정부조달의 기본원칙조차 정하고 있지 않다. 실질적 경쟁이 정부조달에서 반드시 구현하여야 할 가치라는 것에 대한 원칙적 합의도 부족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경쟁의 확대가 정부조달의 가장 중요한 이슈임을 주장하기 위하여 2022년 12월에 박영사와 “공공계약과 경쟁”이라는 책 출판을 계약했다. 곧 출판을 앞두고 있다.

국방분야 정부조달법제는 매우 중요하고도 묵직하고 많은 법률가들에 의해 활발하게 개척되어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된다.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쌓고 법률서비스 전문가로 진출하려는 후학들을 위한 저술 계획도 미리 예고를 해 주신다면.

정부조달 분야에서도 특별히 소명의식을 가진 분야는 무기체계조달 분야다. 무기체계조달은 크게 네 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다. 소요제기, 소요결정, 계약, 시험평가다. 방위사업청은 계약을 주로 하고, 소요제기는 각 군이 하고, 소요결정과 시험평가는 합동참모본부의 권한이다. 육군본부, 방위사업청, 합참에서 근무하면서 무기체계조달 전 과정을 경험하였다. 율곡사업의 스티그마로 인해 국민 일반의 막연한 불신은 이 분야 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하므로 최소한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진 국민들이 쉽게 접근 가능한 가칭 “전력법제 개관”이라는 책을 출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혼자하면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하고 전문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이 분야 최고전문가들과 공동저술하여 2025년경에는 세상에 내놓을 계획이다. 방위사업청 외에도 합동참모본부에 근무하면서 주요 전력업무를 경험한 노하우를 알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국방분야 최고 법률전문가이신 분이 지난해 법학계에서 입법정책에 관해 다학제적인 연구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 학회장을 맡으셨다. 한국입법정책학회 제18대 회장을 맡으신 취지와 학회 소개, 그리고 학회장으로서 널리 전하고 싶으신 메시지가 있으시면 함께 말씀 부탁드린다.

우리 학회는 2004년 설립되었다. 2004년 당시로서는 상당히 생경한 “학제간연구”라는 대의로 다양한 학문 분야의 학자와 실무가들이 함께 토의하고 대한민국의 좀 더 나은 정책과 입법을 견인하고자 했다.

자신의 학문 분야를 드러내고 학문적 성취와 열정 그리고 타분야에 대한 지적호기심이 충만한 구성원들의 모임 자체의 재미와 학문적 시너지는 열의와 열정을 각양각색으로 피드백 시켰다. 예컨대 심리학, 역사학, 국문학, 철학, 법학 등 다양한 연구자들이 Hegel의 Anerkennung의 발표와 토론에 참여하며 상대와 자신의 같음 그리고 다름의 발견을 통해 새로운 진리탐구 놀이방법에 즐거워하였던 추억은 여전히 새롭다.

그 사이 우리 학회는 70여 회의 정규 학술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명실상부한 입법정책 분야의 대표적 학회로 자리잡았다. 다시 한번 전임 회장님들이 이루신 큰 성과에 감사드리며 함께 연구하고 토론하였던 많은 회원님들의 열정과 학문적 성취에 경의를 표한다.

법학 분야도 이미 법규범학, 법해석학적, 사법학(재판법학) 연구 경향을 벗어나서 법정책학적 연구, 법과 타 학문 간의 융합적 연구가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저는 이런 입법정책학회가 갖는 정체성과 지향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남은 임기 동안 지금까지의 발전을 토대로 이제 다시 설립 당시의 큰 화두였던 “학제간연구”를 더욱 강조하고자 한다. 동종교배는 열성을 낳을 수밖에 없다. 법학을 넘어 다양한 제학문 분야와 실무가 융합 통섭하는 한국입법정책학회에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시기를 바라고, 새로운 신예 연구자분들이 등장해주기를 바란다. 학회는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발표하고 토론하고 화두를 제기하는 사람이 주인인 곳이다.

입법과 정책에서 이론 없는 실무는 맹목적이고 실무 없는 이론은 공허하기 그지 없다는 것을 항상 되새기는 학회가 되도록 하고, 그 이론과 실무, 입법과 정책의 화두를 다양한 방법으로 담아내는 학회가 되겠다.

내년에는 학회 설립 20주년이 되는 만큼 더욱 실사구시적인 주제에 천착하여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하는 학회가 되고 구성원 모두에게 보람과 성취를 느끼게 하는 학회가 될 수 있도록 여러분들의 참여와 지원을 부탁드린다.

김진기 학회장 주요 프로필

동아대학교 법학과 졸업, 독일 Hamburg 대학 법학석사, 독일 Hamburg 대학 법학박사, 광운대 대학원 건설법무학박사

제10회 군법무관 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수료, 육군본부 보통검찰부 검찰관, 육군 제1사단 법무참모 및 검찰부장, 국방부 국제법과 국제법담당 법무관, 국방부 검찰부 검찰관, 육군 고등검찰부 수석검찰관, 육군 제5군단 법무참모, 국방부 고등군사법원 부장판사, 육군 고등검찰부장, 육군 제2작전사령부 및 제3야전군사령부 법무참모, 방위사업청 법무지원팀장, 육군 제8대 및 제15대 군사법원장, 국방부 고등군사법원 보통부장, 합동참모본부 법무실장 등

국방기술품질원 자문변호사, 한국투명성기구 정책위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규제심사위원회 심사위원, 국방부 주한미군이전사업단 법률자문위원, 국방부 인사소청심사위원회 상임심사위원, 한국무죄네트워크 공동대표, KINTEX 사외등기이사, 고양지식정보산업진흥원 선임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및 조정인 등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조달 · 건설 · 방산 등 공공계약, 국방안보, 행정, 형사, 입법정책 전문)

수상

2003 국무총리 표창 2007 보국포장 2018 보국훈장

주요 저서

2009 Staatliche Teilnahme am Terrorismus als Problem des Volkerrechts, LIT-Verlag(독일)

2019. 10 정부조달법 이해-독일·한국 이론과 실무, 법률신문사

2020. 01 정부조달법 이해-독일·한국 이론과 실무(2쇄 발간), 법률신문사

기타 논저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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