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일보=성종환 기자】기름 값 고공행진에 대한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정부가 석유가격 안정화 대책을 또 내놨다. 과연 이번 대책이 100일 넘게 치솟고 있는 국내 기름 값을 잡을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된다.

생계형 운전자들에게 지금 기름 값은 가히 ‘살인적’이다. 소득은 전혀 늘어난 것이 없고 경기침체로 오히려 일감은 줄고 있는데, 기름 값만 미친 듯이 치솟고 있으니 운전자들로선 생계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 대해서도 벌써부터 부정적인 목소리가 높다. 가장 관심사였던 유류세 인하는 이번 종합대책에서도 역시 빠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제5의 공급사’라는 대안을 내놨다. 농협의 알뜰주유소에 이어 삼성그룹의 삼성토탈에서 정유 정제업 사업에 참여를 하여 공급경쟁체제를 유도하여 자연스럽게 천정부지의 유가를 인하토록 한다는 것이다. 굳이 세금체계를 흔들 필요가 없이 공급자 경쟁을 유발시켜 유가 인하 효과를 노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류세 자체를 건드리지 않고 서민의 고유가 부담을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한다. 유통구조 개선으로 기대할 수 있는 유가 하락폭이란 것이 정부 계산 대로라 해도 리터당 30~40원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 유가가 하향 조정되는 기미를 보이는데도 국내 유가가 살인적인 수준에 머물며 꿈쩍하지 않고 있는 가장 큰 배경은 유통구조 왜곡이 아니라 석유가격에 과도하게 달라붙어있는 유류세라는 것이다. 실제로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유류세 증가로 정부는 2조 원에 달하는 추가 세수를 확보해 놓았을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유류세 인하 검토 기준을 ‘국제유가 130달러 돌파’라고 못 박아 놓았기 때문에 아예 거론조차 하고 싶지 않다는 고집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시장에서 환영받지 못한 대책이 나올 수밖에 없었던 데는 서민의 고통을 의식하기보다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대책에 치중하다보니 이렇게 됐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번 대책은 지난 13일 물가관계 장관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유통체계를 비롯해 제도개선을 검토하라고 지적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읽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표된 대책이 그동안 나왔던 내용들을 재탕하면서 ‘유통구조 개선’만 추가한 모습을 보더라도 이 같은 지적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금 택시업계는 물론 국민들의 유가인상으로 인한 고통이 체감지수 이상을 넘어서고 있다. 서민들의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덜어줄 수 있는 정부 대책이 절실한 때이다.

정부정책이란 모름지기 수혜자인 국민들을 위해 있어야지 정책당사자들의 보여주기식 선심이 아니란 걸 이번기회에 보여주었으면 한다.

성종환 기자 kilcyber@icounci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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