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신문】지난 7일 윌리엄 고트니 미군 북부사령관이 미 국방부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이미 핵탄두를 소형화했고, 이를 북한이 개발한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인 KN-8에 장착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미군 북부사령부는 미국 본토를 방어하는 책임을 지고 있는 총괄기구로, 미 국방부 고위 핵심 관계자가 북한의 핵미사일 실전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를 완성했다면 이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미국보다 우리에게 더 임박했다는 뜻이 된다. 군 당국은 북한이 핵탄두 미사일을 쏘기 직전 탐지해 30분 내에 선제 타격하는 ‘킬 체인(Kill Chain) 프로그램을 발전시키고 있다. 하지만 1천여 발에 달하는 각종 탄도미사일 일부에 핵탄두를 장착해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쏠 수 있는 100~200기에 이르는 이동식 발사대를 실시간으로 추적, 조기에 모두 파괴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 군의 대응책을 다시 짜는 등 북한 핵 도발을 사전에 억제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시급히 세워야 할 때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한민국 군대는 지금 정상이 아니다. 고위 장성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전 국방장관과 각 군 참모총장까지 국가안보에 구멍을 뚫고 대한민국을 갉아먹는 ‘쥐새끼’ 노릇을 앞장서서 하느라 바빴다. 이는 곧 월등하게 우세한 화력을 가지고도 만연한 부정부패 때문에 모택동 군대에게 패퇴하여 대만으로 쫒겨나야 했던 장개석 정권의 국민당 군대를 방불케 한다. 월남전 당시 베트남 군대도 미국이 지원해준 그 엄청난 양의 온갖 최신무기들을 군 고위층 인사들이 빼돌려 적군인 베트콩에게 팔아먹는 ‘매국잔치’를 벌였었다. 그러다가 결국 나라를 내주고 그들 자신도 베트콩에게 ‘설거지’ 당했다.

요즘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의 그야말로 어이없고 기발하기까지 한 방산비리가 세간에 화제다. 많은 군 장성들이 연루된 정황도 엿보인다. 하지만 이규태 방산비리 커넥션은 빙산의 일각이다. 우리 군의 국방비리는 비단 어제 오늘 돌출된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가까운 예로, 지난날 율곡사업 추진과정에서도 엄청난 부정부패가 저질러졌었다. 그리고 이들 숱한 국방비리는 으레 태산명동(泰山鳴動)에 서일필(鼠一匹) 식으로 흐지부지되거나 솜방망이 처벌로 적당히 마무리되곤 했다.

1993년 율곡사업 전반에 대한 검찰수사로 7억8천만 원을 챙긴 이종구 전 국방장관, 1억5천만 원을 받은 이상훈 전 국방장관, 3억4천만 원을 받은 한주석 전 공군참모총장, 6천7백만 원을 챙긴 김철우 전 해군참모총장, 1억4천5백만 원을 받아 챙긴 김종휘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등의 비리가 드러났으나 이들은 모두 용두사미로 적당히 사법 처리되었다. 이들의 비리가 이 뿐이라고 믿는 국민은 없다.

지난 1월6일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을 재임 중 7억8천만 원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했다. 정 전 총장이 받은 돈은 735억원 규모의 해군 고속정 디젤엔진 수주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밖에도 정 전 총장은 총장 재임 시 군인복지기금 5억2천만 원을 횡령한 혐의로 2012년 4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었다.

정옥근 전 해참총장에 이어 황기철 해군참모총장도 2008~2009년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 시절 수상 구조함인 통영함의 고정음파 탐지기(소나)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무용지물의 고철덩어리나 다름없는 2억 원대의 70년대 형 구형 음파 탐지기를 무려 41억 원에 납품받도록 해 지난 2월 전격 교체됐다. 천안함 사건 이후 건조에 들어가 2012년 진수한 통영함은 물고기 떼도 제대로 탐지할 수 없는 엉터리 소나를 탑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정작 필요했던 세월호 침몰현장에 출동하지 못했다.

육군과 공군 역시 온갖 방산비리에 연루되어 그야말로 복마전을 면치 못했다. 우리는 북한 핵 도발 말고도 내부적으로 이런 기막힌 안보상황에서 살고 있다. 방산비리는 다른 부정부패 비리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국가의 운명과 국민의 생명이 달려 있는 문제다.

이번 이규태 방산비리 역시 또 몸통은 빠져나가고 잔챙이 몇 사람만 구속되면서 적당한 선에서 꼬리가 잘릴 가능성이 많다. 그리고 곧 흐지부지될지도 모른다. 탐욕에 눈이 멀어 국가안보를 갉아먹는 국방비리 관련자들은 간첩보다 수십 배 수백 배 더 위험한 ‘역적’들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방산비리를 뿌리 뽑겠다고 다짐했다. 그러자면 국회의 역할이 요구된다. 국회가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소멸시효와 관련 없이 소급 적용해 이들의 전 재산을 몰수하고 공직 취임은 물론 일체의 사회활동을 차단하도록 특단의 입법조치를 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온전해진다.

저작권자 © 의회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