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9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광주 서구 을에 당선된 무소속 천정배 당선자가 29일 오후 광주 서구 금호동 선거사무소에서 꽃다발을 목에걸고 부인의 손을 꼭 잡고 있다.
【의회신문】 4·29재보궐선거에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무소속 정동영 후보와 천정배 후보의 승패가 엇갈림에 따라 야권재편의 윤곽도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29일 치러진 이번 재보선 최대 격전지인 서울 관악을에서 무소속 정동영 후보가 패배함에 따라 전반적인 야권재편은 사실상 요원해졌지만 광주에서 천정배 후보가 승리함에 따라 호남의 야권지형은 상당한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동영 후보는 신당 추진세력인 국민모임 몫으로 야권심판을 외치며 전격적으로 출마, '야권심판'을 앞세워 새누리당보다 더 격렬하게 새정치연합에 공세를 퍼부으며 '야권텃밭' 관악을의 선거판을 뒤흔들었지만 결국 제3세력의 무력감만 확인한 채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안겼다는 책임론에 직면하게 됐다.

이 같은 결과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도 야권이 결집하지 않고 분열하는 모습에 피로감만 쌓인 민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이 '능력 있는 여당'과 '지역일꾼론'을 앞세우는 사이 야당에선 정태호 후보와 정동영 후보가 서로만 의식하느라 '경제정당', '대안있는 야당'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정동영 후보의 정태호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선거 막바지에 정태호 후보의 현수막을 두고 벌어진 선거법 위반 공방이 고발전으로 확산되면서 야권 후보들에 대한 실망감이 깊어졌다는 것이다.

결국 정 후보를 앞세워 야심차게 신당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국민모임도 향후 활동에 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불출마를 선언한 정동영 후보를 설득 끝에 출마시킨 국민모임으로서는 정 후보의 승리가 신당창당의 명분과 직결돼 있었기 때문이다.

천정배 후보가 광주에서 새정치연합을 누르고 당선되기는 했지만 선거기간 내내 천 후보 측에서는 '야권심판론'에 대해 정 후보 측과 분명히 차이를 둬왔다는 점에서 이들이 하나의 세력으로 통합할 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많다. 천 후보는 재보선 출마 전부터 국민모임의 잇따른 구애에도 독자 출마를 단행했다.

정동영 후보 측은 "관악에선 정동영, 광주에선 천정배를 통해 야당의 무능과 무능력을 심판하고 야권의 재편으로 가겠다"고 천명했지만, 천정배 후보 측은 "심판은 새누리당과 박근혜정부를 향하는 것"이라며 "야권에 회초리를 들고 경종을 울려 야권쇄신과 재구성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야권심판론'에 선을 그었다.

결국 천정배 후보를 필두로 한 호남발 야권재편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 모양새다. '호남당' 창당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실제 창당으로 이어질 지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린다.

김철근 동국대 겸임교수는 "이대로는 어렵지 않느냐, 새정치연합으로 총선과 대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는 호남민심이 확인된 것"이라며 "천정배를 필두로 새로운 세력을 규합하는 움직임이 생길 수 있고 야권재편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군기 홍익대 교수는 "새정치연합 내에서 민주계 호남하고 친노가 갈라서니 마느니 (논쟁이) 있겠지만 결국 갈라서진 않을 것"이라며 "서로가 우산을 내려놓기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어쨌든 심각한 내홍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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