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건강해야 정치가 바로 선다
친노(親盧)의 배타적 패권화가 문제

▲ 생각에 잠긴 문재인
【의회신문】문재인 대표는 비노 측 의원들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친노계인 최재성 의원의 당 사무총장 임명을 밀어붙였다. 비노 진영은 “이제 당이 깨질 일만 남았다”며 “혁신위의 활동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는 반응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특권과 반칙을 배격하고 ‘사람 사는 세상’을 추구했다. 그러나 패권화된 배타적 친노 진영은 겹겹으로 방어막을 치고 있다. <편집자 주>

새정치민주연합의 당 내 주류와 비주류 간 계파 갈등이 점점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주류인 친노(親盧)와 비주류인 비노(非盧) 간의 갈등이 봉합되기 힘든 원천적 이유는 결국 내년 4월 총선의 ‘공천’ 문제다. 문재인 대표의 친노체제에서 내년 총선 때 친노세력에 밀려 공천 기회를 잡지 못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비노⋅호남 측 인사들이 술렁이는 것도 공천문제 때문이다. 비노 측이 공식적으로 거론하는 친노의 원죄(原罪)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친노 패권주의’에 의한 전횡이고 다른 하나는 선거에 연패한 죄다. 지난 10여 년 동안 새정치민주연합은 선거만 하면 패했다. 당내 비주류 측은 이 같은 원인을 ‘친노(親盧) 패권정치’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과 친노 지도부의 공천 전횡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 "이제 당이 깨질 일만 남았다"

당 내의 비노 진영은 친노 패권주의에 따른 민심 이반과 당 내의 갈등 및 분열 조짐 등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친노세력이 모든 권한을 내려놓고 문재인 대표도 대표직에서 물러나 당이 공조직 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 4⋅29 재보선 때 광주에서 승리한 무소속의 천정배 의원이 “호남을 중심으로 한 전국 정당을 만들겠다”며 판을 깔자 이곳저곳에서 ‘분당론’이 분출되고 있다. 새정연의 대표적 비노계인 박주선 의원(광주 동구)은 “총선 전에 대거 이탈이 있을 것”이라며“침묵하고 있을 뿐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의원이 많다”고 했다. 사실상 분당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정치민주연합 주류인 친노 진영과 문재인 대표는 당 장악력을 오히려 강화함으로써 내홍을 부채질하고 있다. 신당을 만든다는 일이 여러 측면에서 쉬운 일이 아닐 뿐더러, 설령 새로운 당을 만들었다 할지라도 그 당이 성공할지는 극히 불투명하다는 사실을 친노 진영과 문재인 대표는 잘 알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문재인 대표는 비노 측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친노계인 최재성 의원(경기 남양주시갑)의 당 사무총장 임명을 밀어붙였다. 비노 진영은 “이제 당이 깨질 일만 남았다”며 “혁신위의 활동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는 반응이다. 친노 그룹은 강한 결속력을 바탕으로 당내 선거에서는 이기지만 바깥으로 나가면 줄곧 졌고, 그러고도 당권을 다시 잡았다. 당 분열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분당론까지 무성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친노 진영이 여전히 당권을 장악한 채 버틸 수 있는 동력은 어디에 있는가?

문재인 대표는 친노 진영이 자신들의 패권을 위해 전면에 내세운 대리인, 곧 ‘얼굴 마담’ 같은 존재다. 친노 의원들은 그런 문재인 지도부를 지키기 위해 삼중 방어막을 치고 있다. 그 가장 외곽에 위치한 세력이 김광진⋅김기식⋅배재정⋅은수미⋅임수경⋅전순옥⋅진선미⋅최민희 의원 등 지난 19대 총선에서 친노 한명숙 지도부에 의해 영입된 비례대표 의원들이다. 이들 비례대표 의원들은 20대 총선에서 친노 문재인 대표 체제의 지도부에 의해 지역구를 받아야 하는 절실한 과제를 안고 있다.

◇ 친노 지도부를 지키는 삼중 방어막

그 안쪽 동심원에는 이른바 ‘9인방’과 ‘문재인을 지키는 의원들의 모임(문지기)’이 있다. 여기서부터는 문재인 대표의 비선(秘線)에 해당하는 영역이다. ‘문지기’라는 모임은 3선 중진이자 문재인 비선실세로 지목되는 노영민 의원(충북 청주시 흥덕구을)이 김경협 수석사무부총장(경기 부천시 원미구갑)⋅김용익(비례대표, 충남 논산 출신)⋅김태년(경기 성남시 수정구)⋅우윤근(전남 광양시⋅구례군)⋅박남춘(인천 남동구갑)⋅전해철(경기 안산시 상록구갑)⋅홍영표(인천 부평구을) 의원 등 대선캠프 출신 친노 의원들과 함께 만든 것으로 알려진다.

‘문지기’의 핵심 멤버인 김경협 수석사무부총장은 지난 11일 자신의 트위터에 “비노(非盧)는 당원 자격이 없다. 새누리당원이 잘못 입당한 것이다. 새누리당 세작(細作⋅간첩)들이 당에 들어와 당을 붕괴시키려 하다가 들통났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원내에 ‘문지기’가 있다면 원외에는 윤건영⋅소문상 전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과 정태호 전 청와대 대변인 등을 구성원으로 하는 ‘9인방’이라는 측근 그룹이 있다. 문재인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새정연 친노 지도부는 지난 4⋅29 보궐선거에서 관악을에 경쟁력이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예견되던 ‘문지기’ 멤버 정태호 전 청와대 대변인을 후보로 내보냈다가 27년 만에 관악을을 새누리당에 내주고 말았었다.

3중의 보호막 중 가장 안쪽에는 당내에서 문재인 대표의 최측근으로 거론되는 이른바 ‘3철’이 있다. 정치권에서는 노무현 정권 당시 문재인 대표와 청와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전 민정수석 전해철 의원(경기 안산시 상록구갑),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을 묶어 ‘3철’이라고 지칭한다. 이들 3철 가운데 양정철 전 비서관은 한국외국어대 재학 중 자민투(반미자주화반파쇼민주화투쟁위) 위원장을 지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언론정책을 담당했고, 노무현 정부 말기 ‘기자실 통폐합’을 주도해 언론과 불편한 관계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으며 2012년 대선 당시에는 문재인 후보의 메시지팀장을 맡았었다..

이호철 전 수석은 문재인 대표의 경남고등학교 후배이자 최측근 인사로 손꼽힌다. 그는 1980년대 초 대학생 신분으로 ‘부림사건’에 연루되어 구속되었을 때 이 사건의 변론을 맡은 젊은 변호사 노무현을 법정에서 처음 만났다. 그 후 이호철은 초선의원이 된 노무현의 보좌관을 거쳐 문재인 대표가 노무현 정부 당시 민정수석과 비서실장 등을 지낼 때 민정비서관⋅국정상황실장⋅민정수석 등을 역임했다. 그는 2012년 19대 총선 당시 고향인 부산에 돌아가 있던 중 문재인 대표의 부산 출마를 적극 지원하기도 했다.

호남 목포 출신으로 변호사이기도 한 전해철 의원은 이호철 전 수석과 마찬가지로 문재인 대표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낼 때 민정수석으로 함께 근무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2007년 말 특별사면 당시 문재인 대표는 청와대 비서실장이었고 전해철 의원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과 이호철 전 민정수석이 원외 인사이기 때문에 현재는 전해철 의원이 원내에서 비노 진영과 문재인 대표가 접촉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 친노 패권주의 노무현 정신과 배치(背馳)

‘3철’ 이외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불리는 김경수 경남도당위원장도 노무현 정권 시절 청와대에서 연설기획 비서관⋅공보담당 비서관 등을 역임하며 문재인 대표와 한솥밥을 먹었다. 그는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선대위에서 공보특보와 수행팀장을 지냈었으며, 19대 총선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 마을이 있는 김해을에서 출마했으나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에게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을 지낸 윤건영 보좌관은 문 대표의 일정과 수행을 담당하며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있는 최측근 가운데 한 사람이고, 충북 제천 출신으로 정무팀장 겸 정무비서관을 지낸 소문상 전 비서관 역시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정무행정팀장을 맡는 등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4⋅29 재보선 때 서울 관악 을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정태호 전 청와대 대변인도 문 대표의 정무특보를 역임한 최측근 인사 중 한 사람이다. 참여정부 출범 초부터 청와대에서 근무한 그는 이해찬 전 총리의 의원 보좌관으로 8년간 활동해온 정무⋅정책통으로 이해찬 전 총리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2·8 전당대회 당시 문 대표 캠프의 공보팀장을 맡았던 한정우 새정치민주연합 부대변인도 ‘문재인 측근’ 가운데 한 사람이다.

이 밖에도 문재인 대표와 친노 진영을 받쳐주는 조직으로 ‘노무현재단’이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 국무총리를 역임한 이해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는 노무현재단은 당시 통일부장관을 지낸 이재정 경기도교육감과 영화배우 문성근,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비례대표, 시인)이 이사로 있다.

재단의 고문으로는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의원(의정부시 갑, 전 대통령비서실장)⋅고영구 변호사(전 국가정보원장)⋅이기명 국민참여연대 상임고문(전 KBS 방송작가실장) 등이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이기명 고문은 노무현이 대통령이 될 때까지 14년간이나 ‘정치인 노무현후원회’ 회장을 지냈으며 ‘김삿갓 북한방랑기’라는 라디오 드라마를 쓴 방송작가 출신이다. 또한 노무현재단 상임위원은 영화배우 명계남,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새정치민주연합 경남도당위원장 김경수(김해. 전 노무현 대통령 공보비서관),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 정무 제1비서관을 역임한 서갑원 전 의원(순천⋅곡성) 등이다.

이들 친노체제를 지키기 위한 당내 사조직들은 본의와는 다르게 잠재적 대권 주자인 문재인 대표를 옥죄어 판단을 그르치게 만들고 당의 계파별 갈등과 분열을 증폭시키는 ‘자해도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오는 10⋅29 지방 재⋅보궐 선거와 내년 4월 총선, 나아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대망의 정권교체를 위한 바탕을 다져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있다. 상대를 탓하고 비난할 일이 아니다. 어느 때보다 화합과 단결이 요구되는 때인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 못지않게 국민에 대한 막중한 의무와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야당이 건강해야 정치가 바로 선다. 이대로 가다가는 새정연은 내홍을 넘어 자칫 쪼개질 수도 있다.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은 옆집 아저씨 같은 서민 대통령이었다. 그는 특권과 반칙을 배격하고 ‘사람 사는 세상’을 추구했다. 그의 정치적 꿈을 구현해야 할 ‘친(親)노무현’ 진영이 패권화된 배타적 정치이익 집단으로 전락해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노무현재단’마저 이 같은 친노그룹의 정치적 배후로 평가절하되고 있는 현실은 실로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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