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수영 변호사
【의회신문=최수용 변호사】김 씨는 2001년 11월26일 이 씨에게 자신의 부동산 중 일부에 관하여 보증금 1억 원, 월차임 800만원, 임대차기간 24개월로 정하여 임대해 주었다. 그런데 이 씨의 요청에 따라 전세금 3억원의 대출용 전세계약서를 작성해 주고 자신의 부동산에 그 존속기간이 2003년 12월 31일 인 전세권설정등기까지 마쳐 주었다.

그 후 원고는 이씨와 2003년 12월 30일 임대기간을 2년으로 하여 임대차계약을 다시 체결하면서 보증금을 7000만 원으로, 월차임을 350만 원으로 각 감액하였다. 그러다가 2004년 3월 3일 이 씨의 요청에 따라 위 보증금을 전액 반환하는 대신 월차임을 420만 원으로 증액하기로 임대차계약을 변경하였다. 위와 같은 사정을 전혀 모르는 최 씨는 이 씨의 채권자이다. 최씨는 2004년 11월25일 자신의 이 씨에 대한 차용금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전세권부채권가압류 결정을 받아 같은 해 12월1일 위 부동산에 관하여 전세권부채권가압류 등기를 마쳤다.

가압류 등기를 마칠 당시까지도 이 씨는 임차인으로서 여전히 위 부동산 중 일부를 점유ㆍ사용하고 있었다. 이 씨는 자신의 차용금 채권을 받아내기 위하여 전세금 3억원에 대하여 가압류의 효력을 주장할 수 있는가.

민법 제108조는 상대방과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는 무효로 한다고 하면서, 다만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안의 경우, 김 씨가 이 씨의 요청에 따라 전세금 3억원의 대출용 전세계약서의 작성해 주고 자신의 부동산에 전세권 설정등기를 마쳐 준 것은 서로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로서 무효가 된다.

문제는 이 씨의 채권자인 최 씨가 선의의 제3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판례에 따르면, 실제로는 전세권설정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으면서도 임대차계약에 기한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을 담보할 목적 또는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융통할 목적으로 임차인과 임대인 사이의 합의에 따라 임차인 명의로 전세권설정등기를 경료 한 경우, 위 전세권설정계약이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여 무효라 하더라도 위 전세권설정계약에 의하여 형성된 법률관계에 기초하여 새로이 법률상 이해관계를 갖게 된 제3자에 대하여는 그 제3자가 그와 같은 사정을 알고 있었던 경우에만 그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대법원 2008년 3월13일 선고 2006다58912 판결 등 참조).

최 씨의 가압류 등기는 통정허위표시인 전세권설정계약을 기초로 하여 새로이 법률상 이해관계를 가진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그리고 김 씨와 이 씨 사이의 전세권설정계약에 관하여 서로 통정하여 체결한 것에 대하여는 전혀 그 사정을 모르고 있었으므로 선의의 제3자에 해당한다.

그런데 위 사안의 전세권설정등기의 존속기간은 2003년 12월31일 이다. 그리고 가압류등기가 마쳐지기 전까지 임대차보증금 또한 전액 반환된 상태로서 단지 등기만 말소되지 않고 남아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이미 존속기간이 끝난 전세권설정등기는 비록 말소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외형이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최 씨의 신뢰를 보호할만한 외형상의 전세권으로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민법 제312조 제4항은 ‘건물의 전세권설정자가 전세권의 존속기간 만료 前 6월부터 1월까지 사이에 전세권자에 대하여 갱신거절의 통지 또는 조건을 변경하지 아니하면 갱신하지 아니한다는 뜻의 통지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기간이 만료된 때에 前전세권과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전세권을 설정한 것으로 본다. 이 경우 전세권의 존속기간은 그 정함이 없는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씨와 이 씨 사이에는 전세권 존속기간 만료전 6월부터 1월까지 사이에 갱신을 거절한다거나 조건을 변경한다는 등의 통지가 오고간 것이 없다. 그러므로 전세권의 존속기간은 그 정함이 없는 채로 법정갱신된 것이다. 법정으로 갱신된 경우 전세권을 갱신등기할 필요는 없게 된다.

김 씨와 이 씨 사이에 2003년 12월30일 임대기간을 2년으로 하여 임대차계약을 다시 체결하면서 보증금을 7000만 원으로, 월차임을 350만 원으로 각 감액한 사실과 2004년 3월3일 이 씨의 요청에 따라 위 보증금을 전액 반환하는 대신 월차임을 420만 원으로 증액하기로 임대차계약을 변경한 사실은 전세권설정계약이 아닌 임대차계약에 관한 것일 뿐이다.

사안의 경우, 최 씨가 전세권부채권가압류 등기를 마칠 당시 위 사안의 전세권설정등기가 말소되지 아니한 상태였고, 전세권 갱신에 관한 등기가 불필요한 법정갱신으로 갱신되었다는 점, 이 씨는 위 부동산 중 일부를 여전히 점유ㆍ사용하고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최 씨는 통정허위표시를 기초로 하여 새로이 법률상 이해관계를 가진 선의의 제3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3억원의 전세금에 대하여 가압류의 효력이 미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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