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행산 주필
【의회신문=정행산 주필】2017년 폐지 예정인 사법고시를 대신해 지난 2008년부터 운영 중인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학비가 지나치게 높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 로스쿨의 학비는 일본의 로스쿨보다 3배나 비싸다.

전국 15개 사립대의 법학전문대학원 평균 연간 등록금은 2천여만 원을 넘는다. 여기에 입학금이 더해지고, 하숙비와 책값 등을 합하면 3년 동안 최소 1억 원 이상이 있어야 한다. 더욱이 로스쿨의 교과 과정은 밀도가 높아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학업을 쫓아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국회의 입법기능을 지원하는 행정조직인 국회사무처가 국회공무원에게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육 및 학비를 지원하고, 로스쿨에 다니는 동안 급여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사무처는 지난달 말 ‘국회공무원 교육훈련규정 일부개정규정안’과 ‘국회공무원 위탁교육훈련내규 일부개정내규안’을 입안, 입법예고했다. 국회공무원 교육훈련규정 개정안에는 7급 이상 국회사무처 국회공무원 중 ‘조직에 대한 기여도가 높은’ 직원을 선발, 로스쿨에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국회 공보에 관련 내규안을 입안 예고한 이 개정안 공고에서 국회사무처는 “입법 전문성을 강화하고, 조직 실정에 맞는 법조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로스쿨 교육제도를 도입한다”고 설명했다. 지원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로스쿨 학비의 50%를 지원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정년이 보장되고, 연금 덕에 노후 걱정도 할 필요 없는 국회공무원들에게 3년간 연수 휴직 허용에 급여도 주면서 1인당 1억 원대의 세금을 들여 변호사 자격증까지 따게 해준다는 것은 지나친 특혜다. 벌써부터 사무처 내부에서조차 ‘과도한 혜택’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가공무원법과 공무원임용규칙은 로스쿨에 다니기 위한 연수 휴직을 금지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일부 경찰 공무원들이 휴직을 하거나 상관 몰래 자기 돈을 내고 로스쿨에 다니다 감사원에 무더기로 적발된 일이 있었다.

국회사무처에는 입법고시를 통과한 법 전문위원들이 즐비하다. 다수의 입법조사관을 거느린 전문위원의 경우 국회 상임위원회별로 배치돼 각종 법안에 대한 사전 심의를 할 정도로 전문성이 높다. 그래서 법안 심의의 ‘숨은 실세’로 불리기도 하고, 심지어 국회의원보다 힘이 세다는 소리까지 듣는다. 따라서 법조 인력이 더 필요하다는 국회사무처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사무처의 법적 전문성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 외부의 법률 전문가를 쓰면 된다. 국회사무처는 이미 로스쿨 출신 변호사 임용 제도를 두고 있다. 지금 우리 처지가 어떤 상황인가. 정부는 청년 일자리 문제로 고심을 거듭하고 있고, 청와대와 집권여당은 노동개혁에 정권의 명운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직원들의 로스쿨 교육을 위해 연수휴직 허용에 학비까지 대주겠다니, 이 무슨 엉뚱한 짓인가. 국회사무처는 이 따위 ‘신선놀음’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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