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철순 언론인
【의회신문=임철순 언론인】일본한자능력검정협회가 올해 일본의 상황을 대표하는 ‘올해의 한자’로 ‘安’(편안할 안)을 선정했다. 아베(安倍) 총리가 밀어붙인 안전보장(安全保障) 법안과 전후 70년간의 평안(平安)이 위협받게 됐다는 뜻이 담겼다. 프랑스 파리 테러와 일본인 2명이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에 살해되면서 커진 불안(不安)도 작용한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혼용무도(昏庸無道)를 뽑았다. 어리석고 용렬한 군주인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을 뭉뚱그린 ‘혼용’과, 세상이 어지러워 도리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는다는 ‘무도’를 합친 말이다.

2012년 거세개탁(擧世皆濁), 2013년 도행역시(倒行逆施), 2014년 지록위마(指鹿爲馬)를 선정했던 교수신문이 올해에는 말을 만들면서까지 박근혜 정부에 결정타를 날렸다.

이 혼용무도의 상황은 오로지 대통령 책임인가? 삼권분립의 민주사회에서는 행정부는 물론 입법부 사법부의 바르고 충실한 역할 수행이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의 입법부, 국회는 일을 하지 않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상대방과 싸우고 끼리끼리 노느라 제 구실을 하지 않고 있다.

‘하늘 아래 둘도 없는 국회’라는 말이 절로 생각난다. 2대 국회 때 이미 이승만 대통령이 한 말이다. 6·25전쟁의 와중에 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 국회가 사사건건 정부가 하는 일에 딴죽을 걸자 답답한 마음에서 한 말이었다.

그 ‘하늘 아래 둘도 없는 국회’의 한심한 행태는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 법안 가결률의 경우 16대 62.9%, 17대 50.4%, 18대 44.4%로 낮아지더니 이번 19대 국회에서는 31.6%로 더 떨어졌다. 여야의 대치로 151일간 법안을 1건도 처리하지 않았고, 세비 삭감이나 특권 완화 약속은 지키지 않았다.

부정과 비리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박탈당하거나 수사기간에 자진 사퇴한 의원이 22명이나 된다. 역대 국회 중 가장 많다. 불법 위법은 아니라지만 직위를 이용해 갑질을 일삼고 특혜를 누리는 파렴치한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이런 국회가 또 있을까. 20대 국회도 마찬가지 아닐까. 못된 것들, 나쁜 것들. 욕밖에 해줄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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