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신문】새누리당의 20대 총선 후보 공천은 우려했던 대로 ‘진박(진실한 친박)’ 계의 잔치로 끝났다. 박 대통령과 관계가 좋지 않거나 거리가 있는 친이·비박계 사람들은 거의 축출 당했고, 특히 박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인’으로 찍힌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인사들은 대부분 탈락됐다. 반면 ‘진박(진실한 친박)’계로 분류돼오던 의원 대다수는 단수 추천되거나 경선 기회를 얻었다.

정당 공천의 핵심은 능력과 인품을 갖춘 인재를 선택해 내세움으로써 단 한 사람이라 더 당선시키고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현역 의원이 그런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거나 지역구에서 지지를 얻지 못하면 물갈이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공천 결과는 그런 기준에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 많다. 특히 친이계와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의원들 중 공천에서 배제된 대부분은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거나 적어도 야당 또는 자당 내의 진박계 후보들보다 경쟁력이 뒤지지 않는 수치를 기록해왔다.

경선으로 공천을 결정할 경우 이들 대통령 눈 밖에 난 후보의 공천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를 우려해 뚜렷한 이유 없이 당선 가능성 높은 자기 당의 현역을 탈락시키고 진박 후보를 전략 공천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중에서는 새누리당이 4·13 총선에서 설령 많은 의석을 잃을지라도 총선 승리보다는 친박 의원으로 당을 재조직하겠다는 계파주의에 함몰돼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만일 이런 우려가 사실이라면 이는 보수정당을 적극 지지하고 집권여당으로 만들어준 많은 국민을 배신하는 일이 된다.

공당(公黨)의 공천 과정과 결과는 두 말할 나위도 없이 투명하고 원칙과 기준이 반듯해야 하며 여론의 검증과 민심의 판단에 부합되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상식과 민주주의 원리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 새누리당 공천 과정을 지켜본 국민의 눈에는 이 같은 원칙도 상식도 보이지 않고 다만 오만과 독선만이 역력했다.

국민은 안중에 없고 국민의 상식과 민주적 원리는 무참하게 짓밟혔다.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기치 아래 오랜 기간 당내 토론을 거쳐 마련된 공천 원칙과 기준들은 무시되고 독단이 횡행했다. 이런 공천 결과가 과연 박 대통령이 바라는 것이었던가? 공직 후보자를 결정하는 새누리당의 기준에 원칙과 도덕성이란 잣대가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새누리당은 편협하고 폐쇄적인 정당, 선거 때마다 정치 보복이 횡행하는 정당, 공당이 아니라 사당(私黨)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새누리당은 지금 이처럼 볼성사나운 막장을 거침없이 연출해도 야당이 분열된 상황이어서 결국 총선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믿고 있을지 모른다.

국민을 아무리 우습게 알아도 이럴 수는 없다. 막중한 책임을 지닌 집권여당이 국민을 이처럼 무시하고 실망시켜도 되는 것인가? 국민을 무시하는 정치행위나 정당은 결국 국민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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