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홍 회장
【의회신문】253명의 지역 국회의원과 47명의 비례대표 의원을 뽑는 20대 국회의원선거가 13일 실시된다.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무소속 후보까지 포함해 940여명이 지역에서 승패를 겨루고 있다. 4·13총선은 여야할 것 없이 사상 최악의 공천 파동을 겪은 뒤 치러지는 까닭에 예선이 본선보다 더 치열했는지도 모른다.

선거전이 막바지에 이르러도 공천의 후유증과 여진이 가라앉지 않은 것 같아 본격적인 선거분위기를 실감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여야 모두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참담한 공천후유증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 채 어설프게 선거전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친박·비박의 해묵은 갈등에 대구 등 3개 지역에 후보를 공천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여당 성향의 김종인 대표가 용병으로 와 셀프공천으로 비례 2번을 고집하는 자충수를 두었다. 분당해 딴살림을 차린 국민의당은 야권단일화 다툼으로 김한길 선대위원장이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계속 야권연대 압력에 허덕이고 있다. 선거에 들어가면서 새누리당은 탈당 무소속 후보에게 유치한 싸움을 걸었다가 물러섰다.

‘복당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무소속후보는 대통령 사진을 반납하라’는 등 이슈 같지도 않은 이슈로 감정싸움을 벌였다. 정책선거를 한다면서 서로 물고 뜯는 네거티브에 열을 올렸다. 새누리당은 친박·비박의 리더들이 자파 의원들 개소식에 끼리끼리 나누어 참석해 분열과 반목의 고질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두 개로 갈라진 야당은 서로 깎아내리는 선전 선동에 혈안이다. 김종인의 더불어민주당은 안철수의 국민의당을 야당을 분열시킨 지역정당으로 몰아 부쳤다. 국민의당은 김종인 대표를 국보위 출신, 전두환·노태우 정부의 고위공직에 종사했던 배신과 변절의 정치인으로 매도했다. 사실 김종인 더민주당 대표는 60년 야당의 적통(嫡統)이 아니다. 1980년 국가보위 비상대책위에 참여해 5공 탄생에 기여했으며 민정당 소속 전국구의원을 두번 지냈다. 6공에서는 노태우 대통령의 경제수석 비서관·보사부장관을 지내고 전국구의원을 역임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엔 또 새천년민주당의 비례대표 의원을 했다.

2012년 대선 때는 박근혜 후보 행복추진위원장을 맡아 경제공약을 총괄하면서 박대통령의 측근으로 활동했다. 1980년부터 2016년까지 35년의 정치인생에 30년을 여당에 몸담았던 당년 77세의 노정객이 갑자기 문재인 야당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여 용하게도 제1야당의 총선을 지휘하는 중요 직책을 차지했다. 출세해온 수완이 보통이 아니다.

그를 모셔온 문재인 대표가 신익희·조병옥·장면·윤보선·유진산·박순천·유진오·이민우·이철승·김영삼·김대중·노무현 등 독재정권과 군사정권에 맞섰던 역대 야당의 민주화 지도자들은 지하에서 엉뚱한 사람에게 자리를 팔아먹었다는 꾸지람을 들을지 모른다. 거기에다 야당 지지자들로부터는 문 전 대표는 야당을 분열시켜 여당을 이롭게 한 이적행위로 비판까지 함께 받고 있지만 2017년 대통령이 될지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국민의당은 야권단일화를 굳세게 밀어 붙이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목표대로 제3당의 위치는 굳히는 추세이다. 그렇지만 결국 더불어민주당과 함께 야당 분열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고, 호남 지역당의 한계를 크게 벗어나지는 못할 것 같다. 두 야당은 정책이슈의 제기와 거대여당의 공격보다는 후보단일에 대한 공방과 더불어 상대 당 대표의 인신공격과 서로 헐뜯기에 몰두하는 실정이다. 야당이 이러하니 총선의 정책공방과 선거의 관심이슈는 당연히 사라지기 마련이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일여다야(一與多野)의 구도로 야당분열의 어부지리(漁父之利)를 얻는 듯 했으나 친박·비박의 공천혈전으로 좋은 점수를 다 까먹었다.

‘너 죽고 나 살기’의 몰염치한 공천전쟁으로 전통적 지지기반인 TK지역에서 보기 드문 민심이반(民心離反)을 불러왔다. 또한 전국적으로 보수지지 세력의 상당수가 등을 돌려 원내과반의 달성이 위태로운 지경이다. 새누리당의 지지율 하락은 공천파동을 주도한 친박·비박의 지도부와 당 위계질서마저 무시한 안하무인의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총선 후라도 반드시 책임져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친박·비박 간 공천 갈등이 청와대까지 끼어드는 추태까지 연출해 국민들을 더욱 실망시켰다. 총선이 있는 해임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그들대로 둘로 갈라서 스스로 대여전력(對與戰力)을 약화 시켰다. 곁들여 여당과 마찬가지로 선공후사(先公後私)를 망각한 공천인선을 겪고 난 후에도 선거공고 전후 야권연대 시비에 몰입했다.

선거전후의 사정이 이렇고 보니 여당은 추락한 지지율 회복에 허덕이고 야당은 야권연대는 물 건너갔다. 따라서 정책선거는 보기 힘들어졌다. 국민들의 정치 불신이 가중되고 유권자의 투표율도 조조할 것으로 예견된다. 표심을 정하지 못한 부동표가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이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여당과 야당의 정치적 오만(傲慢)과 거듭되는 악습(惡習)을 어떻게 근절하고 응징해야 할지 가슴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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