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회신문 김길홍 회장

【의회신문=김길홍 회장】4·13 총선은 새누리당의 참패로 끝났다. 임기 1년 10개월여를 앞둔 박근혜 대통령에게 엄청난 타격을 주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포함해 10년 동안 정권을 유지해온 보수세력은 내년 대선에서 정권을 놓칠지도 모르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아직 패배의 충격을 실감하지 못한 탓인지 새누리당은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같은 느낌이다. 박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와 내각 등 정부도 총선의 심판과 민심의 소재를 제대로 파악하고 인식하지 않은 것 같다. 원내과반 이상을 점유하는 제1당의 위치를 잃어버린 치욕과 수모의 처량한 장면이 카메라에 자주 비친다.

총선 실패의 정확한 진단과 냉철한 원인분석에 착수하지 않았다. 임시 지도부도 꾸리지 못했다. 국정의 최고 지휘부서인 청와대와 내각은 총선에서 드러난 민의를 겸허히 받들고 향후 구성되는 국회와 협력하겠다는 원칙만 제시하는데 그쳤다. 성급한지 몰라도 민심과 표심을 반영하는 리더십의 구체적 내용과 국정수행의 개혁방향을 밝히지 않았다. 총선의 승패와 결과를 정치와 시책에서 진지하게 수용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어 아쉽다.

민주주의제도를 실시하는 나라에서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선거는 정권이 왔다 갔다하는 최대의 국민적 정치행사이자 축복하는 이벤트이다. 후보들과 정당들이 각각 목숨을 걸고 전쟁처럼 선거를 치르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선거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보통이다.

하지만 4·13 총선에서 집권 새누리당은 반드시 이기는 싸움을 져서 보수세력과 지지층을 크게 실망시켰다. 새누리당은 총선 한 달 전에 전통야당이 분열되어 일여다야(一與多野)의 유리한 구도 속에 승리할 수 있는 판세였다. 더불어민주당은 반노그룹이 탈당해 좌초의 위기를 맞았고 안철수 국민의당은 지도그룹이 노선투쟁으로 지지율이 바닥을 헤맸다.

총선승리를 자신한 새누리당은 이 같은 물실호기(勿失好機)를 살리지 못했다. 총선 후 당권을 장악하려는 친박지도부는 청와대의 엄호를 받으면서 자기사람 심기에 올인했다. 결과적으로 사상최악의 당내분란을 일으키고 전국적 민심이반(民心離叛)을 자초했다. 텃밭인 대구·부산·경남에서 10석을 더민주에 내주고 121석만 차지해 제1당을 빼앗겨 여소야대의 참담한 패배를 맛봤다.

박 대통령의 임기후반 국정동력을 계속적으로 뒷받침해야한다는 총선 캐치프레이즈는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여소야대의 3당 체제 아래에서 박 대통령이 염불처럼 되풀이하던 개혁의 정책과 경제 살리기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새누리당은 소탐대실(小貪大失)하다가 오늘의 비극을 초래했으니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다. 도대체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너 죽고 나 살기식의 염치없는 공천전쟁은 정말 꼴사나웠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의 민심폭탄을 맞은 새누리당은 상처투성이가 돼 의지할 곳이 없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도 총선참패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은 대구에 내려가 대통령 측근의 진박후보를 지원하면서 새누리당의 최고 지도자는 박대통령이라고 스스로 공언했다. 총선에서 참패한 청와대도 일정부분의 책임을 본의든 아니든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박대통령은 지난해 유승민 원내대표가 배신의 정치를 했다면서 선거에서의 심판과 진실한 정치인의 선출을 공식회의에서 거론한 사실이 있다. 그때부터 친박과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진박을 낙하산식으로 대구에 내리꽂는 무리수가 반복해 TK는 물론 보수층이 전국적으로 지지를 철회했다. 곁들여 청년과 서민들의 취업난 등 정부의 경제실정에 대한 분노가 표심으로 작용한 것 같다.

총선의 참패에 대한 원인 분석과 판단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묵묵부답(黙黙不答)이다. 예상외로 선전한 더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내년 대선의 정권교체를 거듭 다짐하고 기업의 구조조정 등 정책개발과 수권준비에 오히려 적극적 자세를 보이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총선참패 직후 새누리당은 친박과 비박은 물러나고 중립적인 제3의 중량급 개혁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여 2017년 대선 때 보수정권을 재창출 할 수 있는 비상체제를 준비해야 마땅하다. 주류가 된 친박이 “박대통령의 임기 말을 보전하려면 대표와 원내 대표를 맡아야 한다”, “총선패배의 원죄를 지은 친박은 2선으로 후퇴하고 비박이 전면에 나서야한다”는 등 또다시 파벌싸움과 감투차지에 급급한 추태를 연출했다.

보수정권 재창출의 위기를 눈앞에 불러와 죄인(罪人) 취급을 받아야 할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왜 아직 정신조차 가다듬지 못하고 있는가? 하루빨리 누군가가 나서 새누리당을 추스르고 청와대는 여소야대의 정국이지만 안보위기의 해소와 국정쇄신의 의지와 자세를 당당하게 과시해야 국민들이 안심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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