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행산 주필

▲ 정행산 주필
【의회신문】한국의 보수정치는 좌초하고 말 것인가? 새누리당은 비록 이번 총선에서 제2당으로 전락하긴 했지만 한국의 보수정치가 건전하게 명맥을 이어가도록 할 책무를 지고 있다.

4·13 총선의 중요한 메시지는 새누리당의 웰빙 보수적 행태에 대한 경고였다. 국민은 ‘개혁적 보수’, ‘성숙한 보수’를 주문하고 있다. 체질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금 새누리당은 정당의 기능이 사실상 정지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원내대표 경선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당내의 ‘친박 2선 후퇴론’에도 불구하고 몇몇 친박 의원들이 또다시 ‘박근혜 대통령’을 팔면서 한 자리 하려고들 나서고 있다.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자숙하면서 계파정치 청산을 위해 노력해야 할 친박이 다시 당을 좌지우지하겠다고 부화뇌동하면서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도리가 아닐 뿐더러 총선에서 나타난 민의와 정반대로 가는 행태다.

친박은 핵심 당직과 당권을 잡겠다고 나서서도 안 된다. 먼저 총선 민의를 겸허히 받아들여 국민에게 그동안의 오만과 독선을 사죄하고 계파정치 청산을 선언하는 게 도리다. 최근 친박 일각에서 “박 대통령을 위해 친박이 나서야 한다. 패배의식에 젖어 있을 때가 아니다”라는 등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유례없는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친박들이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는 증거다.

당 대표 자리를 놓고 계파간 싸움이 다시 재연되면 가뜩이나 제2당으로 떨어진 새누리당은 돌이킬 수 없는 ‘분당’ 혹은 ‘사실상의 분당 상태’가 될 수밖에 없고, 민심은 새누리당으로부터 완전히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본지는 총선 직후 사설을 통해 박 대통령과 친박이 김무성 전 대표를 다시 당 대표로 추대하는 역발상의 정치를 권고한 바 있다. 김 전 대표가 대통령과 친박그룹의 적극적인 추대에 의해 다시 당 대표가 되면 새누리당 계파 갈등은 일거에 해소될 것이다. 그리고 국민들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게 박수를 보낼 것이다.

김 전 대표가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의 국정에 딴지를 걸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꿈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적극적으로 도우려 나설 것이다. 당내에 김무성만한 인물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도 박 대통령이 그에게 다시 당을 부탁할 명분이 될 수 있다.

새누리당이 한국 보수정치의 새 지평을 열어가기 위해서는 우선 계파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나아가 제1당이 된 진보⋅좌파를 척결의 대상이 아니라 보완의 개념으로 인정하고 접근해야 한다.

새누리당은 지금 너무나 휘청거리고 있다. 당 화합과 무너진 리더십을 바로 세워 한국 보수정치의 가치를 발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10년 넘게 ‘박근혜’를 팔아 호가호위해온 친박들이 이제는 자성(自省)하고 계파정치 청산에 조용히 일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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