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행정법무학과 / 헌법, 행정법, 법정책학)

이경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행정법무학과 / 헌법, 행정법, 법정책학)

【의회신문】 법률은 주로 현재 시점의 사회적 문제에 대한 규범적 통제를 지향한다. 하지만, 과거의 사건이 현재까지 적절히 해결되지 않고 계속되고 있거나, 그 과거의 사건으로 인하여 현재의 모습이 사회적으로 간과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는 경우, 이에 대한 해결을 위해 다시금 법제적 해법이 필요해진다. 

또한 과거의 사건에 대해 당시 법률이 심대하게 불합리하게 적용되었거나, 당시 법률 자체에 지대한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현재에 와서 다시금 법제적 해법이 동원된다. 과거의 문제이지만 그 문제가 현재에도 해결되지 않고 지속되고 있는 경우, 과거의 법률에 의해 규범적 통제를 받았지만 해당 법률의 법적 정의가 심대하게 의심받거나 훼손된 경우 등에는 소급적 입법을 통한 조치가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나타나는 가장 대표적인 유형을 이른바 <과거사정리형> 법률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사정리형> 법률 모델은 우리나라의 경우, 주로 근현대사 흐름 속에서 역사적 사건으로 다루어지는 사안을 내용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화재나 전통문화 관련 법제 등이 아닌 한, 조선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는 아니하지만, 일제 강점기 직전의 구한말 시기의 사안까지는 현재적 법제로 취급되고 있다(예컨대 동학혁명 관련 법적 규율, 의병활동을 독립운동으로 보고 지원하는 법적 규율 등).

그리고 이를 테면, 근현대사 속에서 매우 중요한 정치(사)적 의혹 사건, 민주화 운동 등과 관련된 사건, 십 수 만 명이 아사(餓死)당한 국민방위군 사건과 같이 국가의 통치행위나 정책으로 인해 민간의 피해가 발생된 사건,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한 집단학살을 자행하거나 강제동원시킨 사건, 좌우 정치세력간의 대립 속에서 민간의 피해가 발생한 사건, 과거 정권의 정보기관이나 수사기관 등의 공권력에 의해 발생한 부당한 인명 피해나 재산 피해 사건 등이다.

구체적인 입법례를 보면, 「6.25납북피해 진상규명 및 남북피해자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삼청교육피해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률」 등을 들어 볼 수 있다.

이러한 ‘과거사법제’, <과거사정리형> 법률 모델은 진상 규명이나 피해 확인과 지원 결정 심사 등을 전담하는 기구로서 ‘00위원회’설치 규정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들 위원회에 일정한 심사권한(정책수립 권한과는 다름)을 부여하고 그에 따른 일정한 조사 작업이나 시혜적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피해자 신청과 입증 내지 검토·의결 절차 등을 거쳐 침해된 자격 또는 신분을 복원해 주거나, 주민등록을 정정해 주거나, 피해에 대한 보상금·위로금·의료지원금을 지급하거나, 정부의 재정 출연 등을 통하여 피해자 지원재단이나 기념재단을 법정특수법인으로 설립하도록 하거나, 위령사업(추모사업) 또는 기념사업 등 명예를 회복시켜 주는 내용의 공통적인 조문 구조를 띄는 것이 특징이다.

<과거사정리형> 법률 모델은 거의 ‘특별법’, ‘특별조치법’등의 법제명을 쓰는데, 비록 이를 쓰지 않는다 하더라도 법률의 내용이 일반행정법 체계 내에서는 특별법적 성격, 행정특별법적 성격을 갖는 것이 대부분이다. 

(연재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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