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개봉했던 ‘주토피아(zootopia)는 동물(zoo)들의 이상적 도시(utopia)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가정해 만든 애니메이션으로 전세계적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다. 국내에서도 개봉 초반에는 다소 부진하였으나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꾸준히 관객들을 불러모은 결과 470만 관객이라는 역대 애니메이션 5위의 흥행 성적을 거두었다. 이 영화는 ‘볼트’,‘라푼젤’을 연출한 바이론 하워드 감독과 ‘주먹왕 랄프’를 연출한 리치 무어 감독이 손을 잡고 만들었는데, 두 감독은 인터뷰에서 영화 5편 분량에 해당되는 많은 스토리를 이 영화 한편에 담기 위해 공동연출을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스케일과 줄거리가 남다른 이 애니메이션의 배경을 살펴보면, 주토피아는 ‘포유류 통합 정책’의 시행으로 포식자와 피식자가 평화롭게 함께 모여 살게 된 시대를 바탕으로 세워진 도시로, “누구나 뭐든지 될 수 있다”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으며 총 12개의 권역으로 이루어져 있는 도시이다(영화 속에서 배경으로 등장하는 곳은 4곳). 그리고 이 도시안에 살고 있는 동물들은 영화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따라, 육식맹수와 초식동물, 힘쎈 동물과 약한 동물, 큰 동물과 작은 동물, 작은 동물과 더 작은 동물 등으로 나뉜다(단, 인간과 인간의 반려동물들은 나오지 않는다).

이렇게 다양한 지역과 다양한 포유류 종들이 등장하는 주토피아는 제도적으로 모든 동물들이 평등한 민주공화정의 모습을 하고 있다(주토피아의 시장은 선거를 통해 선출 된다). 하지만 그 이면에 여러 사회적인 편견들이 존재하는 것 또한 주토피아의 모습이다. ‘작고 약한 토끼는 경찰이 될 수 없다’, ‘여우는 교활하다’, ‘육식동물은 언제든 맹수가 될 수 있다’ 등이 영화에 나오는 편견들이다.

영화의 인물과 내용 정리해보면, 발랄한 주인공 주디는 경찰 학교를 수석 졸업하고 토끼로선 최초로 경찰이 되었지만 토끼에 대한 사회의 편견에 부딪혀 ‘진짜 경찰의 일’이 아닌 주차위반 단속의 일을 맡아 낙담하며 살아가고 있다. 또 다른 주인공인 여우 닉은 어릴적부터 여우라는 이유로 교활할 것이라는 편견으로 따돌림을 받아왔는데, 현재는 능글맞고 쿨한 사기꾼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 각자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이 둘은 사회의 편견에 대한 서로의 대처도 달랐는데, 주디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라는 신념으로 토끼에 대한 편견에 저항하며 살아왔고, 닉은 “세상이 여우를 믿지 않는다면, 굳이 다르게 보이려 애쓰지 않겠다”며 여우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내면화하며 살아왔다.

어느날 주차 단속을 하던 주디와 사기를 치던 닉은 우연히 만나 본의 아니게 경찰관과 제보원의 관계를 맺으며 주토피아의 가장 큰 범죄였던 ‘포유류 연쇄 실종 사건’을 기지를 발휘해가며 함께 해결해낸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유명세를 타던 주디가 공식석상에서 실종사건의 원인이 육식동물의 원시적 야수성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실언을 하고 만다. 주디를 통해 ‘육식동물은 야수성을 버리지 못했다’는 편견이 사회전체에 확산되면서 주토피아 전체엔 육식동물에 대한 차별과, 초식동물을 중심으로한 육식동물과의 편가르기가 발생된다. 그러나 이런 사회적 혼란과 갈등이 누군가의 계략에 의한 것임을 알아낸 주디는 다시 닉과 함께 사회적 편견을 자극하는 범죄를 일으켜서 사회를 혼란에 빠뜨린 후 권력을 장악하려한 진짜 범인을 잡는데 성공하고 이내 주토피아는 다시 안정을 찾고 활기 넘치는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이 영화의 전반에 걸쳐 이야기되고 있는 편견의 사전적 정의는,

편견 : 공정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

이다.

개인과 사회가 겪는 편견에 대해 사전적의미를 통해 나누어 살펴보면, 편견의 ‘공정하지 못함’은 특히 개인에게 차별의 문제를 발생시킨다. 현실에서도 편견으로 인해 차별을 받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주디와 닉처럼), 이렇게 사회적 차별을 받고 성장한 사람이 반사회적 인격을 가질 수도 있으며(닉의 사기와 탈세 행위), 그리고 자신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저항하면서도 자신 역시 편견을 갖고 타인을 차별하는 경우(주디에 해당)도 있다.(이 영화는 차별과 관련된 거의 모든 현실적인 상황을 그리고 있으며 애니메이션이라는 장점을 살려 이를 아프지않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편견의 사전적 정의인 ‘한쪽으로 치우친 생각’으로 인해 사회는 편가르기에 시달리기도 한다. 편향된 시각으로 상대를 헤아려 보지도 않은 채 편을 가르는 것은 편견이 유발시키는 행동이다. 영화에서 육식동물의 야수성에 대한 편견이 사회적 편가르기를 발생시켰던 것처럼 현실에서도 다양한 편견이 사회적 편가르기를 만들어 낸다.

위에서 언급한 차별과 편가르기의 문제는 국내에서 뿐만아니라, 거의 모든 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해외에선 인종문제, 이민자문제, 난민문제, 종교적 갈등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선 오래묵은 특정 지역에 대한 편견과 지역갈등이라는 편가르기의 문제가 있고, 최근들어서는 급격한 사회변화로 인해 불거지기 시작한 세대간 편견과 연령대별 편가르기의 문제가 있다. 그리고 페미니즘을 가장한 일부 세력들로 인해 페미니즘에 대한 편견이 발생하여 안티페미니즘이 확산되기도 하였으며, 페니미즘 내부의 분열도 발생하였다. 또한 편견은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경우도 있는데, 유럽 국가들이 폭증하는 난민들의 볌죄문제를 집중보도 하면서(자국민의 범죄율보다 낮았음에도) 제주도에 입국한 예맨 난민들을 범죄집단으로 생각하는 편견이 국내에 발생하기도 하였고, 이들에 대한 정책 방안을 놓고 첨예한 편가르기가 한동안 발생하기도 했었다. 이렇게 많은 차별과 편가르기가 발생되는 것에 대해 관련 학자들은, ‘내편’을 확보해 유대감과 안정감을 갖고 싶어하는 인간의 특성이 이런 행동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런 편견에서 비롯된 편가르기가 더 큰 문제가 되는 경우는,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편가르기를 조장할 때이다. 이들은 특정 집단의 이득이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조장된 편견을 잣대로, 반대 의견을 배제시키면서 내부결속의 강화하고 또 이를 구심점 삼아 내 편을 늘려나가는 짓들을 한다. 이런 행위들이 만드는 문제점은 결과적으로, 사회내의 작은 편견들을 조차 공식적(公式的)인 것으로 만들어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는 것과 또 이것이 사회의 갈등과 분열, 혼란 등의 심각한 문제로 확대된다는데 있다.

자연적으로, 또는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앞으로도 더 많은 편견들이 사회에 생겨나겠지만, 무수히 생겨나고 또 만들어지는 편견을 막을 수 없다면, 이렇게 생겨난 편견들을 무력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방법으로 첫번째는 영화속 주디의 마지막 연설에서처럼 ‘긍정적인 시각으로 공통점을 찾고 서로의 차이를 포용하는 노력’을 해보는 것이 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영화 주토피아의 교통국에서 근무하는 대단히 느린 공무원 ‘나무늘보 플래쉬(Flash)’가 도로위에서는 빛의 속도로 달리는 스피드광이었던 것처럼, 또는 세상에서 제일작은 생쥐의 실체가 ‘강력한 보스, 미스터빅(Mr.Big)’이었던 것처럼, 누구도 우리 자신을 편견으로도 묶을 수 없게끔 만드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이와 같이 편견은 차별과 편가르기를 거쳐 갈등과 분열이라는 중대한 사회문제를 만들어 내지만, 다행인 것은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그것을 깨뜨릴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것들이 깨뜨려야 할 대상이라는 인식을 먼저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다.

 

논술격투가 안주혁 소개

 

前 메가스터디 논술강사

前 이투스 온라인 논술강사

前 대한교과서 논술 수석연구원

現 동국대학교 로스쿨 논술 특강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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