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신문 / 의회일보】 파주 문산과 연천 전곡을 잇는 37번 국도는 시간을 거스르는 길이다. 한국전쟁의 흔적부터 조선, 신라, 고구려의 유적들이 나란히 담겨 있다. 그 길의 꼭짓점에서는 선사시대의 흔적과도 조우하게 된다. 가족이 함께 타임머신을 탄 듯, 시간여행을 즐길 수 있다.

연천 전곡리 선사유적지는 한반도에 남아 있는 태고적 신비와 선사인류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이색 장소다. 전곡리에 들어서면서부터 시간여행의 관문을 통과하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힌다. 도로를 가로지르는 커다란 문은 원시부족과 맘모스 등 대형 모형으로 장식돼 있다. 도롱이 미롱이 등 원시인의 모습을 한 깜찍한 마스코트도 길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전곡리 유적지는 올해 봄 전곡선사 박물관이 문을 열면서 아이들의 학습체험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언덕위에 원시 생명체처럼 지어진 박물관은 그 자체로 독특한 형상이다. 박물관 내부에는 700만년전의 인류부터 1만년전 인류까지 총 14개 개체의 화석인류들이 진화순서대로 복원돼 있다. 동굴벽화와 미라가 전시돼 있으며 화석자료 등을 직접 만져보는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곳은 야외 체험공간이다. 구석기 시대의 움집에서 석기, 토기 제작도 하고 발굴체험을 직접 따라하는 시간이 주어진다. 사진을 찍은 뒤 예전 인류의 모습으로 합성하는 이색 체험도 즐거운 추억거리다. 박물관에서는 개관을 기념해 고대악기를 전시하는 특별전도 9월25일까지 진행중이다.

박물관 뒷길은 선사유적지로 이어진다. 유적지에서는 산책로를 따라 거닐며 다양한 모형물들을 감상하는 시간이 마련된다. 사냥과 채집을 하던 원시인의 동상이며 대형 움막, 원시 동물들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자연 속의 거대한 놀이터에서 선사인류의 생활상을 엿보는 것은 살아 있는 감동으로 다가선다.

전곡리 유적지는 1978년 한 미군병사가 우연히 채집한 4점의 석기를 학계에 알려 세계적인 구석기 유적지가 된 곳이다. 당시만 해도 유럽과 아프리카에서만 발견된 것으로 알려진 양쪽 날을 세운 주먹도끼가 동아시아 최초로 전곡리에서 발견돼 주목을 끌었다.

선사유적지 길 건너편은 한탄강 관광지로 이어진다. 강변을 따라 어린이 공룡캐릭터원, 캠핑장 등이 늘어서 있다. 어린이 공룡캐릭터원은 유적지에서 만났을 법한 상상 속의 공룡들이 놀이기구로 재현돼 있다. 크고 작은 공룡, 공룡알, 공룡뼈 등 구석기시대에 살았던 공룡과 함께 뛰놀며 사진도 찍는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전곡리 구경을 마치고 37번 국도를 따라 파주 문산방향으로 이동하면 선사시대에서 역사의 한 가운데로 진입한다. 임진강 장남교를 기준으로 연천 장남면과 파주 적성면으로 나뉘는데, 다리를 건너면 신라 경순왕릉, 고구려 호로고루성이 자리 잡고 있으며, 적성면 두지나루터에는 조선시대 황포돛배가 재현돼 있다. 고구려, 신라, 조선시대의 흔적을 한꺼번에 만나게 되는 셈이다.

신라의 마지막왕인 경순왕의 릉은 신라의 왕릉가운데에서 경주지역을 벗어나 유일하게 경기도에 남아 있다. 릉은 남방한계선과 50m 인접한 구릉에 임진강을 굽어보며 위치했는데 릉으로 오르는 길은 철책선이 나란히 이어져 상념을 더한다. 경순왕이 개성에서 승하한 뒤 경주로 시신을 옮기려 했으나 고려 조정에서 왕의 시신이 도성 백리 밖을 벗어날 수 없다는 이유로 임진강 고랑포에서 운구를 막아 이곳에 릉을 모시게 됐다는 사연이 전해 내려온다.

경순왕릉을 벗어나면 호로고루성이다. 임진강에 위치한 고구려의 방어성곽으로 연천 일대에 흩어져 있는 고구려 성곽중 한 곳이다. 호로고루가 위치한 고랑포 여울목은 임진강 하류에서 만나는 첫 번째 여울목으로 배를 이용하지 않고 건널 수 있는 군사적 요충지였다. 이곳은 개성과 서울을 연결하는 가장 빠른 육상 교통로가 지나는 지점으로 고구려의 임진강 방어선을 관장하던 국경방어 사령부가 위치했던 곳이기도 하다. 호로고루 성터에 오르면 굽이치는 임진강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장남교 건너 두지나루터에는 조선시대 황포돛배가 재현돼 있다. 황포돛배는 조선시대 주요 운송수단으로 50여년간 민간인 출입이 금지돼 있던 임진강의 경치를 엿볼 수 있는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배를 타면 60만년전 형성됐다는 임진강변의 붉은 수직 절벽을 가까이서 구경할 수 있다.

조선시대의 혼과 유적은 파주 깊숙이 들어설수록 진하게 배어난다. 두지나루터에서 367번 지방도를 타라 법원읍 방향으로 향하면 율곡 선생 유적지가 모습을 드러낸다. 1615년 이이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지방 유림들이 창건한 곳으로 자운서원, 이이 선생묘, 기념관 등이 들어서 있다. 율곡선생 유적지에서는 선현의 덕행을 몸소 배우는 1박 2일 주말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있다.

37번 국도는 당동IC에서 자유로와 만난다. 당동IC 인근의 반구정은 황희정승의 유적이 남아 있다. 반구정에는 갈매기와 노닐던 사연이 전해 내려오는데 실제로 독수리의 서식지가 인근에 있어 하늘을 맴도는 독수리 무리를 구경할 수 있다. 당동IC에서는 임진각이 자동차로 5분 거리다. 임진각은 한국전쟁과 남북 분단의 뼈아픈 역사를 대표하는 통일 관광지이다. 전망대에 오르면 전쟁의 상흔을 털어내고 평화롭게 펼쳐진 임진강과 DMZ의 들판이 내려다 보인다. 망배단, 남북을 오갔던 옛 열차 모형들을 두루 둘러볼 수 있다.

임진각에서 자유로를 따라 내려서면 시간여행은 현실과 조우한다. 자유로변에는 헤이리, 영어마을, 파주출판단지 등 가족들의 지친 여행의 피로를 풀어줄 쉼터 공간들이 들어서 있다. 헤이리에는 독특한 현대식 건축물 외에도 화폐박물관, 장난감박물관, 세계민속악기박물관 등 이색 전시관들이 휴식을 돕는다.

<당일 여행코스>
전곡선사박물관→어린이 공룡캐릭터원→경순왕릉→황포돛배→율곡선생유적지→임진각

<1박2일 여행코스>
첫째날: 전곡선사박물관→선사유적지→어린이공룡캐릭터원→한탄강 관광지→황포돛배→경순왕릉둘째날: 율곡선생유적지→반구정→임진각→헤이리→영어마을→파주출판단지

<여행정보>
○ 관련 웹사이트 주소
-연천군청 www.iyc21.net  
-파주시청 문화관광 홈페이지 http://tour.paju.go.kr  
-전곡선사박물관 www.jgpm.or.kr  
-헤이리 예술마을 www.heyri.net  

○ 문의전화
-연천군청 문화관광과 031-839-2061
-파주시청 문화관광과 031-940-4362
-전곡선사 박물관 031-830-5600
-율곡선생 유적지 031-958-1749
-황포돛배 매표소 031-958-2557/ 황포돛배민속체험마을 031-958-1981
-헤이리 예술마을 031-946-8551

○ 대중교통
[ 기차 ] 경원선 한탄강역 하차후 도보로 10분(동두천역에서 경원선으로 환승)
[ 버스 ] 1호선 소요산역에서 전곡 방면 39, 39-1번 버스(전곡선사박물관)

○ 자가운전 정보
자유로-당동IC-37번 국도-적성-전곡-동두천방향 우회전(전곡선사박물관)
37번국도 두지나루터-장남교-장남면사무소-322번 지방도 좌회전(경순왕릉)
37번국도 두지나루터-367번지방도-법흥읍(율곡선생 유적지)

○ 숙박
-굿모닝모텔: 031-832-6535
-금수산장여관: 031-835-2033
-칼튼호텔: 031-942-3955

○ 식당
-불탄소가든: 매운탕, 031-834-2770
-고래성: 두부전골, 031-835-5745
-오두막골: 가물치구이, 031-832-4711
-초리골초계탕: 초계탕, 031-958-5250

○ 축제 및 행사정보
헤이리 판 페스티벌: 2011년 10월 1일~9일, 031-940-8522
장단콩 축제: 2011년 11월 18일~20일, 031-940-4114
전곡리 구석기축제: 매년 5월, 031-839-2561

○ 주변 볼거리 : 열쇠전망대, 고대산, 재인폭포, 허브빌리지, 동막골유원지, 파주삼릉, 도라산역

홍미은 기자 hme79@s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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