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환 논설실장
【의회신문=김영환 논설실장】올해는 제발 정치권이 정신적으로 성숙해지고 국민 생활도 좀 넉넉해지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 정치는 합리적 판단을 그르치는 이분법적 사고로 편 가르기를 주도하는 과오의 늪에 빠져있다. 그런 대결적 국면이 국가적 아젠다의 해결을 저해하여 우리가 3만 달러 벽을 10년째 못 깨는 무기력한 경제 정체의 원인의 하나라고 나는 본다.

4월13일 20대 총선을 앞두고 또 어떤 분열적 현상이 기승부릴지 걱정이다. 19대 파장 국회는 과도한 인구편차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선거구 획정과 국회의원 정수조차 기한을 넘기고 정하지 못했다. 국민들은 초고속 기가 시대에 사는데 국회는 무능과 게으름의 극치를 보여준다.

대통령이 통과를 읍소해온 기업의 구조조정을 돕는 원샷법 등 각종 경제활성화법, 노동개혁법과 북한인권법, 테러방지법 등 시급한 현안도 국회에서 소수당이 거부하면 옴짝달싹 못하는 희한한 나라가 되었다. 야당은 대안도 없이 어느 개가 짖느냐고 태평세월이니 ‘소수 독재’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런 정치에 영향 받는 2퍼센트 대 저성장 경제가 샌드위치 신세다. 중국의 첨단산업은 우리 발끝에 왔다. 리커창 총리는 2020년 중국이 선진국에 근접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중국의 저가 스마트폰이 스마트폰 대국 우리나라에 공세를 가하는 것은 상징적이다. 조선이나 철강도 위기에 처해 있지만 중국산 자동차도 언젠가 한국시장에 뛰어들 것이다.

우리가 무엇을 먹고 살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젊은이들이 외면하는 중소기업만으로 나라 살림은 꾸려지지 않는다. 수출은 GDP의 50퍼센트가 넘어 세계 최고이고 대기업 수출 의존도는 80퍼센트 이상이다. 대기업을 홀대하는 정치권은 사회적 기업이니 뭐니 경쟁력 없는 제품도 예산으로 사줄 소소한 생각을 하고 있지 젊은이들의 창업을 북돋아서 글로벌 대기업으로 키울 비전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세계 시장을 보라. 구글이나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알리바바가 어떻게 자라났고 드론이나 스마트 카 등을 연구하는 기업들이 정보통신기술과 융합한 어떤 혁신적 실험을 하고 있는지를.

정치권은 혁신을 입에 달지만 그 혁신은 국가를 바꾸려는 혁신이 아니라 다음 선거에서 자파의 공천을 더 유리하게 하려는 밥그릇 싸움처럼 보인다. 정치의 혁신은 선거철에 국민을 눈속임하려고 나을 게 아니라 기업처럼 상시 가동 체제라야 한다.

우리는 기업들이 지구적 경쟁에서 승자가 되려고 핵심 역량에 집중하기 위해 곁가지 사업을 과감히 쳐서 다른 그룹에 넘기는 것을 보며 박수쳤다. 세계의 혁신 경쟁은 무섭다. 고전하는 소니처럼 게으르다간 밀린다. 왜 대기업만 경제와 차세대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하고 정치권은 입으로만 혁신의 타령을 읊어도 되는가? 국민은 세금으로 정당후원금을 지난 1980년대 이후 1조원 이상 정치인들에게 주었다.

그 값을 해야 할 정치는 퇴보했다. 예산안을 2년 연속 기한 내에 의결했다는 게 무능, 불량 국회 정의화 의장의 자랑이다. 그 예산을 벌어서 세금 낸 국민도 있는데 무슨 큰일 한다고 중뿔나게 법정 마감일 자정 가까운 한밤중에 통과 의결 쇼를 했는지, 국민들은 이런 수구적인 국회 행태에 치를 떤다.

내부에서 혁신하지 못하면 외부에서 충격이 온다. 다행하게 혁신의 불씨가 재점화하고 있다. 안철수 신당도 그렇다. 그가 정치에 입문하던 때의 동력이 여러 번의 ‘철수’로 줄어들었지만 혁신의 젊은 태풍이 될 개연성은 여전하다.

안철수 의원은 대선 출마 때 국민에게 비판받는 국회의원 정수를 100명 줄이면 남는 돈 수천억 원을 청년 실업이나 정책개발에 쓸 수 있다고 했다. 문재인 새민련 대표는 올 봄 전문가와 여성을 비례로 모시려면 의원 수를 400명으로 늘려야 한다고 했다. 사퇴한 안철수의 혁신안을 받아들인다고 한 자신의 공약을 망각했다. 탈당은 권장할 일이 아니지만 혁신의 역주행이자 같은 당을 같이 하기 어려운 정치적 가치의 균열을 보여준 셈이다.

비례제는 직선도, 상향식도 없는 미궁 속이다. 당권, 대권을 향해 자리 수요를 해결하려는 포퓰리즘일 수 있다. 국회의원 증가는 일자리 늘리기가 아니다. 국가의 미래를 저버리는 정치적 과소비다. 19대 국회의 국민 신뢰도는 13개 대상 기관 중 꼴찌인 17.4%로 최근 조사결과 드러났다. 의원입법 가결률 11.5%는 16대의 반도 안 된다. 이런 의원도 있나 싶을 정도로 존재감이 없다.

국회 개혁이 모든 개혁의 출발이다. 총선은 절호의 기회다. 모두 투표장으로 나가 눈을 부릅뜨고 ‘위장된 혁신’을 판별하여 정치와 국회 혁신을 이룩하자. 20대 국회가 정쟁을 접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안 하며 국민은 별 관심도 없는 대통령제 권력구조 개헌이 정치개혁이라고 강변하지 않게 하자. ‘한강의 기적’을 되찾도록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만들자. 국가안보와 통일에 대비하고, 소외계층을 줄이며, 젊은이들에게 최고의 복지인 일자리를 주기 위해 정치는 경제의 고도성장을 뒷받침해야 한다. 그것이 이 시대 아젠다라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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