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신문】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마다 세계는 중국을 주목해 왔다. 북한을 압박할 효과적이고도 강력한 카드를 중국이 가장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급소는 중국에서 지원받는 원유와 식량, 그리고 금융이다. 중국은 북한 원유 소비량의 90% 안팎, 부족한 식량의 절반 이상을 공급하는 나라다. 중국 내엔 수백 개의 북한 비밀계좌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이 대북 원유공급과 식량지원을 차단하고 금융 관리를 통해 북으로 흘러들어가는 김정은의 통치자금을 틀어막으면 북한은 핵 개발은커녕 곧바로 체제붕괴의 위기에 몰리게 된다. 그러나 중국은 말로만 북핵 반대 입장을 천명할 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이러는 동안 북한은 시간을 벌어가며 거듭된 실험을 통해 핵무장 완성도를 높여왔고, 이제 수소폭탄 운운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중국이 대북제재에 소극적인 까닭은 중국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북한을 우방으로 두어 한반도를 현상 유지하는 ‘한반도 안정정책’이 필요하고, 또한 북한을 전략적 자산, 곧 완충지대로 삼을 수 있는 대미(對美)전략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한 직후인 지난 8일 중국 외교부는 국제사회의 중국 역할 주문에 대해 “한반도 핵문제는 중국에서 비롯된 것도 아니고 중국이 매듭을 만든 것도 아니며 중국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도 아니다”면서 본질을 피해갔다. 중국의 한반도정책과 북핵문제에 대한 본심을 엿볼 수 있는 언급이다.

2014년 시진핑 주석의 방한 뒤 중국의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미⋅중(美中) 사이의 전략적 완충지대라는 지정학적 가치는 시대에 뒤진 관념이고, 북한은 중국에 ‘마이너스 자산’이므로 포기해야 한다는 ‘방기조선(放棄朝鮮)’ 주장이 쏟아졌다.

북의 핵실험 당일 우리 국방부는 중국에 한⋅중 국방장관 간 긴급 전화통화를 요청했으나 중국은 지금까지 어떤 응답도 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핵실험 다음 날인 7일 박근혜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의견 교환을 위해 전화를 했지만 시 주석은 전화를 받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기까지 했다.

북핵문제에 대해 중국이 우리 입장대로 움직이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중국이 북에 강한 압박을 가하기 힘들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국가 정상 간 통화를 거부하는 것은 국제 외교관례상 상식을 크게 벗어나는 일이다.

작년 9월 박근혜 대통령은 서방국가들로부터 ‘한국의 중국 경사(傾斜)’를 의심하는 따가운 눈총을 받아가며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했다. 그러나 당시의 한·중 우호 분위기는 지금 허공으로 사라진 셈이 됐다. 정작 위기상황이 펼쳐지자 한·중 관계의 밑바닥에는 넘을 수 없는 장벽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새삼 확인된 것이다.

이제 우리는 국제공조에 의한 북핵 해결책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냉엄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과 중국, 일본, 유엔 안보리 등에만 의존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진 지금 우리는 독자적인 자위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다. 국제사회의 외교적인 노력을 지켜보면서 사드(THAAD)체계 배치, 핵무장 등 구체적이고 본격적인 대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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