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진모 수석논설위원

【의회신문=서진모 수석논설위원】요즘 우리 정치권에는 다음달에 있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 대비한 공천문제로 매우 시끄럽다. 따라서 현역의원들의 '생살부' 또는 '살생부'라 부르는 공천의 탈락과 생존에서 해당 정치인의 운명은 희비로 엇갈리고 있다.

명색이 거물급이라는 정치인들의 대거탈락의 행태를 가만히 보고 있노라니 문득 지금으로부터 꼭 600년 전 이조 태종 15년에 태어나 '압구정' 이란 호를 지니고 세조 임금때 조선 천하를 휘두른 유명 정치가 한명회(韓明澮)가 생각난다. 다들 아는 일이지만 그는 태어날 때부터 '칠삭동이'로 태어났고 부유롭지 못한 환경에서 성장했지만 머리가 총명하여 훗날에는 一人之 下요, 萬人之 上 이라는 領議政(지금의 국무총리)까지 올라간 인물이다. 그가 없었다면 세조 이성계(수양대군)의 권세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 수양대군의 피바람 역사의 정치권력 속에는 누구보다 당대 정치인들의 삶과 죽음 즉, 생살부를 한손에 쥐고 있던 한명회 였다.

그런데 그로부터 수백년 후 "역사는 반복 한다"는 말처럼 우리의 현실정치권에도 이름 있는 정치인들의 생살부를 쥐고 있는 듯한 여·야 두 명(이한구·김종인)의 모습에서 그 옛날 한명회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선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 위원장의 칼에 쓰러진 5선의 이재오 의원(서울 은평)과 이른바 친박계 핵심으로 불린 윤상현 의원(인천 남구을) 두 사람의 경우만 보자. 이 두 사람의 정치 운명에서 보면 묘한 아이러니를 느끼게 된다.

한 사람은 전 정권인 이른바 MB정권의 일등공신이고 또한 사람은 현 박근혜정부의 '마키아 벨리'로 불리우는 사람이다. 그런 인물들이 이번 국회의원 공천에서 탈락 되리라고 믿었던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왜 그들은 공천탈락 이라는 고배를 들고 한숨을 쉴까? 당사자 들은 이제 명예회복을 하려면 오로지 무소속 출마를 해서라도 당선의 월계관을 써야 하는데 우리의 정치풍토 속에서는 그 길도 험난한 길이다.

어쨌거나 그들은 다시 한 번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말과 권불십년(權不十年)이란 말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명색이 당내 거물급이요, 우리 정치권에서는 필요한 인물들이었는데 어찌하여 그들이 그 옛날 한명회의 숙정 칼에 쓰러진 성삼문·박팽년 같은 비운의 신세가 되었나?...'가 국민들의 관심사이다. 필자의 사견으로는 그들에게 공천탈락의 이유가 있었다면 아마도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에 부합되지 않았는가 싶다. 그들은 자신들의 소신에서 우러난 표현의 자유로 생각했을 수도 있겠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 모가 난 듯싶기도 했을 것이다.

즉, 입놀림의 가벼움이 화근이 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들은 자신이 지닌 막강한 권력의 힘이 천년만년 가리라 믿었는지 때론 도에 넘는 말을 서슴지 않았기에 은근히 敵을 많이 만들었는지 모른다. 이들 추풍낙엽 신세가 된 공천탈락자들이나 앞으로 정치일선에 나설 인물들에게 국민의 자격으로 한마디 충고를 보낸다면 권력이란 힘을 믿고 함부로 오만방자함을 부리지 말 것이며 힘이 있을 때 겸손함을 보이면 된다. 인도의 성웅 간디는 말했다. "힘이 조금 있다고 교만하지 말고 힘이 좀 없다고 비열하지 말라"고 누구나 새겨들을 명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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