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신문】전국의 공중파⋅지상파 TV와 수천 개에 이르는 인터넷 방송 등을 비롯해 모든 매체들이 오는 20대 국회를 구성할 여⋅야 의원 후보자 공천과정을 시시각각으로 생중계하다시피 했다. 이런 가운데 특히 '희대의 막장극' 이라는 비난을 받은 집권여당의 '친박(親朴) 패권주의' 행태가 국민들에게 여과 없이 적나라하게 비춰졌다.

새누리당은 오로지 박 대통령 한 사람의 눈 밖에 난 당 내 인사들을 ‘숙청’하려다 당 전체가 만신창이가 됐다. 이번 공천을 둘러싼 새누리당의 이른바 ‘막장극’은 보수의 가치를 존중하고 신봉하는 많은 국민을 절망하게 만들었다.

새누리당, 엄밀하게 말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막장 공천' 파동으로 대한민국 정치사에 커다란 오점을 찍고 말았다. 이처럼 지저분한 계패싸움과 저열하고 지독한 정치보복은 일찍이 이 나라 정치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공당(公黨)으로서는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철저한 원칙론자이자 사심이 없고 올바르며 어느 정치인보다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정치인으로 정평이 난 박 대통령은 그래서 많은 국민, 특히 인간존엄과 자유민주주의를 상위의 가치로 신봉하는 보수층으로부터 절대적인 믿음과 지지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많은 국민은 박 대통령이 이토록 편협하고 정치공학적이며 오만한 인물인 줄 몰랐다고 탄식한다. 큰 혁신이나 발전까지는 아닐지라도, 이른바 '진보'를 자처하는 '반(反)대한민국적' 좌파들의 분탕질로 상처투성이가 된 나라를 최소한 원칙대로 바로잡아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확립하는 기초를 마련할 수 있는 대통령을 오랜만에 만났다고 믿었던 많은 국민은 실망을 넘어 허탈감에 빠져들었다.

평생 보수정당을 찍었다는 새누리당 지지자들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선거를 봐왔지만 이번 같은 꼴은 처음 본다. 이번에는 새누리당 못 찍겠다"고 등을 돌리고 있다. 이들은 "그렇다고 좌파 정당을 찍을 수는 없잖으냐. 그래서 투표장에 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는 불편한 심정을 토로한다.

새누리당은 편향된 이념과 패권주의에 갇힌 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정당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그러나 새누리당의 친박 세력은 이번 공천 과정에서 극한의 정치보복으로 일관했다. 수법이 잔인하고 비겁하다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새누리당의 이번 행태를 통해 대한민국의 국민은 마음속으로 믿고 지지했던 오랜만의 훌륭한 지도자 한 사람을 잃은 셈이 됐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국민은 어떻든 "박 대통령이 너무 한다"고 말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집요하게 정치 보복을 한 패권주의자, 통합과 포용이 아니라 분열과 배제를 일삼은 지독한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를 어찌 측근 참모들의 '과잉충성'으로만 돌릴 수 있겠는가. 참으로 안타깝고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치는 강하게 나갈 때와 물러설 때를 잘 가려야 한다. 이번 사태는 새누리당 안에도 커다란 후유증으로 남을 것이다. 앞으로의 이 나라 정치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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