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참패 전적으로 박 대통령 책임, 유승민도 감싸 안아야

【의회신문】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20대 총선 결과를 통해 뼈저린 교훈을 얻어야 한다. '누가 뭐래도 결국 내가 옳다'는 독선과 오만, 오기에서 벗어나 가슴깊이 회개하고 환골탈태해야 하며 국정도 일대 쇄신해야 한다.

이번 총선을 통해 드러난 집권당에 대한 유권자의 분노는 직접적으로는 오만하고 졸렬한 막장극이었던 지난 2~3월의 새누리당 공천 파동에서 비롯됐다. 박 대통령은 유권자들의 뜻은 무시한 채 자신의 말을 충실히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눈 밖에 난 원내 인사들을 ‘배신자’로 지목해 끌어내리고 잘라내도록 유도했다.

친박 핵심세력은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시대착오적인 배신자론을 맹목적으로 추종해 대통령 마음에 들지 않는 비박계 등 당내 인사들을 배척하고 모욕하고 쳐내기 위해 온갖 치졸하고 잔인한 방법을 마다하지 않는 등 눈 뜨고는 차마 지켜보기 역겨운 과잉충성 경쟁을 벌였다.

그들은 힘과 권력의 뒷배만 있으면 무슨 일이든 해치울 수 있다는 패권주의적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어설픈 표적 칼날을 휘둘렀다. 그 결과 새누리당은 야당의 분열에 따른 어부지리가 불 보듯 뻔했던 상황에서 16년 만에 원내 과반은 물론 제1당의 지위까지 잃고 말았다.

박 대통령은 이번 총선 참패의 책임을 주변 참모들에게 미루려 해서는 안 된다. 측근들이 대통령의 의중을 헤아려 과잉충성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총선 참패의 책임을 그들에게 뒤집어 씌워 희생양으로 만들고 대통령은 "내가 뭐?" 하는 식으로 슬그머니 빠진다든지, 친박·비박 간에 서로 '네 탓'을 하면서 삿대질하고 반목과 갈등을 확대 재생산한다든지 하는 행태가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나아가 박 대통령이 이번 총선 참패의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차기 대통령 만들기에 나서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된다. 대통령은 일개 정파의 수장이 아니라 국가 원수임을 명심해야 한다. 만에 하나 박 대통령이 다음 대통령 만들기라는 유혹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면 이는 자칫 총선 참패보다 더한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제 국정 주도력이 국민 불신을 받고 집권당이 원내 제2당으로 떨어짐으로써 박 대통령의 임기 말 레임덕이 그 어느 정권보다 빨리 시작되게 됐다. 새누리당은 지금이라도 여권 내 비박계는 물론 야당과도 손을 잡고 대화해야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집권당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혼돈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김무성 대표는 대표직을 사퇴했고 최고위 해체는 현실적으로도 불가피한 수순이 됐다.

새누리당은 친박·비박 간의 갈등을 털어내고 대국적 차원에서 김무성 전 대표를 당 대표로 재추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당 내에 김무성 만한 대표감이 흔치 않는다는 게 많은 정치 평론가들의 평가다. 유승민 등 내쳤던 무소속 당선인들도 다시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당을 추스르고 새로운 모습으로 단합할 수 있는 대 반전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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