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신문】지난주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3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이 청와대에서 회동을 갖고 앞으로 이런 모임을 분기에 한 번씩 정례화하기로 했다. 여·야·정(與野政)이 함께 하는 ‘민생경제 현안 점검회의’도 자주 열기로 했다.

지난 3년 내내 소통 부족을 지적당해온 박 대통령이 이만큼이라도 움직인 것은 일단 진전이라 할 수 있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국민들이 기대하는 진정한 의미의 협치(協治)를 위해서는 박 대통령과 여당이 더 바뀌어야 한다.

지금 박 대통령과 친박들은 밑바닥 민심이 어떤지 아직 그 쓴맛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15일 비서실장과 청와대 정책조정 수석·경제수석을 교체했다. 총선 패배 책임론이 제기됐던 현기환 정무수석과 우병우 민정수석은 유임됐다. 국민 입장에서는 대통령의 변화 의지를 도무지 읽기 힘든 인사다.

같은 날 새누리당은 당의 개혁을 담당할 혁신위원장에 비박계 3선 김용태 의원을 임명했다. 김용태 의원은 이재오 의원,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함께 옛 민중당 출신으로, 이명박계 또는 이재오계로 분류돼 왔다. 그는 당내에서 ‘비박을 넘어 반박(反朴)’ ‘쓴소리 맨’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인지도 면에서 김 의원은 신인이나 다름없다. 무게감 약한 그가 청와대와 당내 친박의 견제를 뚫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새누리당은 임시 지도부 역할을 할 비상대책위원 10명 중 7명을 비박계로 채우는 인사를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122명의 당선자 중 70명 이상을 차지하는 친박계가 당의 주류다. 친박계는 당내에서 탈당⋅신당론이 부상하자 일단 비박계에 당 혁신작업을 맡겨두고 8월 전당대회에서의 당권에 올인할 전망이다. 그리고 다음 수순은 ‘청와대(박 대통령) 주도의 차기 대권주자 만들기’일 것이다.

청와대와 친박은 ‘반기문 대망론’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하지만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역할과는 다르게 국정에 대한 설계도와 능력을 검증받은 적은 없다. 그가 친박에 업혀 대선주자가 되는 것에 호응할지도 미지수다. 더욱이 청와대가 차기 대권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옳지 않고 성공한 사례도 없다.

지금 새누리당에는 차기 주자가 전멸해버렸다. 유망한 차기주자로 거론되던 새누리당 인사들이 하필이면 모두 박 대통령 눈 밖에 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수정권 재창출은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전면적인 쇄신을 요구받았던 청와대와 여당이 총선 참패 이후 한 달여를 허송하다 이제야 거듭나기 시늉을 하고 있지만 시기도 늦었고 내용 또한 민의에는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 12일 새누리당 상임고문단이 또다시 고언을 쏟아냈다.

당 원로들은 이날 정진석 신임 원내대표와 오찬을 하며 “또 친박에 둘러싸여 청와대 얘기를 듣는 것이냐. 청와대로부터 독립선언을 해야 하고,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친박 핵심 인사들을 탈당시켜야 한다”고까지 했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이 나라 보수정당이 심판을 받아 사실상 정권을 빼앗긴 상황에 대해 이제라도 책임을 느껴야 하며 뼈아픈 반성을 해야 한다, 당 원로들의 고언들을 귀담아 들어야 하고, 더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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