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신문】이번 4·13 총선에서는 이전과 다른, 다소 놀라운 이변현상이 눈길을 끌고 있다. 그것은 여·야의 전통적인 텃밭에서 균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역대 선거에서 영·호남 지역은 거의 '특정 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이 성립돼 왔다. 그러나 이번 20대 총선에서는 그런 등식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정치발전과 지역주의 완화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형 변화가 국민의 성숙된 판단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새누리당의 국민을 무시한 오만한 공천 파행과 더불어민주당의 친노 운동권 패권주의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점은 아쉽고 안타까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우선 새누리당의 경우 수도권에서 야권 분열에 따른 반사이익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수도권에 출마한 대부분의 여당 후보들은 선거 공보물 전면에서 박 대통령의 사진을 빼버렸다고 한다. 새누리당의 공천 파행에 대한 반감과 염증이 결국 박 대통령에 대한 ‘염려’와 실망으로 이어진 셈이다.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거의 절대적이라는 대구지역의 민심도 적지 않게 흔들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유권자들의 지지가 훨씬 높은 예비 후보자들을 마음에 안 든다고 경선 기회도 주지 않고 잘라버린데 대해 아무리 대구 유권자라고 해도 "이건 좀 너무하지 않느냐"는 거부감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야권의 전통적인 텃밭인 호남에서는 더민주 후보들이 친노 운동권의 패권적 행태에 반발해 탈당한 국민의당 후보들에게 밀렸다.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더민주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사건은 지역주의를 업고 주민들과 관계도 없는 운동권 정치를 해온 한국 야당의 낡은 생존방식에 대한 경고일 수 있다.

더민주는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호남 유권자들의 야당관(觀)이 바뀐 사실과 "운동권 식으로는 정권교체도, 지역발전도 안 된다"는 주민 여론이 늘어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여·야 양당의 적대적 공생(共生) 구태를 깨겠다는 슬로건을 내건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더민주를 밀어내고 약진할 수 있었던 데에는 야당의 생리를 바꾸고 살벌한 정쟁(政爭)을 순화시키고자 하는 호남 민심이 반영된 결과다.

이번 20대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의 이변현상은 박 대통령과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모두에게 교훈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특히 대구 민심이 다소 흔들리는 현상을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 철회로 속단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그러나 이 같은 흐름에는 분명한 경고의 의미가 담겨져 있다.

대구 민심은 만에 하나라도 박 대통령이 이번에도 승부수가 통했다고 자만한다든지, '누가 뭐래도 결국 내가 옳다'는 독선과 오만에 빠져들 수도 있음을 염려하고 경고의 채찍을 들었다고 봐야 한다. 그동안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일정부분 국민을 무시하고 독선적으로 비춰졌던 부분이 없지 않았다.

대통령이 오만과 독선으로 흐르면 국민은 필경 등을 돌리게 되고, 이런 현상은 결국 국정에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과 집권여당은 더 겸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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