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신문】지금 나라 사정이 대단히 위중한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글로벌 환경이 악화되면서 국내 경제가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추락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궁지에 몰린 북한의 도발위협이 자칫 실제상황으로 번질 수도 있는 국면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정치권, 특히 국정운영을 맡은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정신을 차리고 중심을 잡아야 한다. 하지만 엊그제 있었던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 간담회에서 보여준 대통령의 인식엔 국정운영 기조의 획기적 변화를 기대하긴 힘들었다.

총선 결과에 대한 사과나 반성은 한 마디도 없었고, 오히려 "친박을 내가 만든 적이 없다"며 유승민 의원 등을 겨냥해 "비애를 느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 덕에 정치권에 입문했으니까 무조건 내 뜻에 복종해야 한다'는 뜻이라면 그것을 정상적인 정치라고 하기는 어렵다.

박 대통령은 이날 이번 총선은 '정권 심판'이 아니라 '양당체제 심판'이었으며, 자신은 책임이 없는 것처럼 말했다. 박 대통령은 "양당 체제에서 식물국회로 가다 보니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고, 그래서 3당 체제를 만들어준 것"이라고 했다.

부분적으로는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식물국회'의 실질적 원인은 박 대통령의 불통·독선에 있었고, 집권여당의 총선 참패에는 박 대통령의 '미운 사람 쳐내기'로 요약되는 독선적인 공천 전횡과 친박의 호가호위·오만·무능이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사실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같은 날 열린 새누리당 당선자 워크숍 역시 친박이 보여준 태도는 뻔뻔함을 넘어 적반하장에 가까웠다. 친박은 이날 총선 참패의 책임을 김무성 전 대표에게 돌리면서 '야반도주'니 '옥새 파동'이니 하고 비난했다. 김 전 대표의 옥새 파동은 친박계의 무리한 공천에서 파생됐다.

김 전 대표의 그 같은 행동이라도 없었더라면 새누리당은 국민에게 ‘구제의 여지가 없는 막무가내 당’이라는 인식을 더 확산시켰을 것이다. 친박은 그나마라도 새누리당의 '가능성 여지가 남아 있음'을 보여주고 당의 체면을 최소한이나마 살린 김 전 대표에게 감사해야 하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는 게 도리다.

대통령과 여권 주류세력의 민심 오독(誤讀)은 결국 잘못된 대처방안을 낳고, 이는 여소야대 국면에서 더 큰 국정 난맥을 초래하게 된다는 점에서 대통령과 친위세력의 반성 없음과 바뀌지 않은 인식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박 대통령이 이날 간담회에서 "소통에 각고의 노력을 다 하겠다"면서 3당 대표 회동 정례화와 여·야·정 협의체를 다짐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부정 평가의 가장 큰 이유가 소통 미흡이다.

가뜩이나 경제·안보 복합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대통령의 국정 추동력이 더 떨어지면 조기 레임덕에 봉착하는 건 시간문제이고, 그렇게 되면 국정은 혼란에 빠져들면서 자칫 나라가 나아갈 길을 잃게 된다.

박 대통령에겐 이제 다른 선택이 없다. 국민은 대통령과 친박그룹이 책임을 무겁게 인식하고 반성하면서 변화되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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