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아픔 같이

【의회신문】 목포신항의 철제펜스에는 노란색 리본 개나리가 폈다.

지난 1주일 동안 9명의 미수습자가 가족의 품에 돌아오길 바라는 수많은 방문객들이 간절한 염원을 담아 철제 펜스에 리본을 달았다. 

우여곡절 끝에 세월호 선체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한숨을 돌렸지만 육상에 발을 디디기까진 수많은 고비와 위험했던 순간도 많았다.

해양수산부는 9일 오후 5시30분 세월호가 반잠수식 선박에서 완전히 빠져나와 상륙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7시40분까지 추가 작업을 마무리하고 목포신항만 철재부두에 세월호를 정박시켰다.

현재 철체 펜스 너머 300m 지점에는 세월호가 3년 간 바다 속에서 생긴 거친 상처를 드러내며 처참하게 누워있다.

 애초 지난 6일 육상에 첫 발을 내디딜 계획이었지만 해양수산부가 세월호 무게를 제대로 계산하지 못하면서 3일 연기된 9일에 상륙이 성공했다.  

미수습자 가족들에겐 지난 1주일이 3년 같았다. 세월호가 바닷 속에서 올라와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육상 거치가 늦어지면서 미수습자 수색이 미뤄졌기 때문이다.

3년을 기다렸지만 고작 며칠을 더 못 기다리냐는 일부의 여론도 있었다. 하지만 눈앞에 가족의 유해를 놔두고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미수습 가족들은 하루라도 빨리 육상 거치가 마무리되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는 심정이었다.

육상 거치가 미뤄진 가장 큰 원인은 해수부가 세월호의 무게 측정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세월호의 무게는 목포 신항만에 도착할 때 1만3460t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상하이샐비지, 자문업체 TMC 등이 추가로 계산한 결과 1만4600t으로 늘어났고, 모듈 트랜스포터 2차 테스트에서는 1만6000t까지 추정됐다. 마지막 육상 이송을 앞두고는 1만7000t까지 늘어났다.

처음 측정했던 수치 대비 3500t 가량 늘어난 것이다. 아무리 세월호가 3년 간 바닷 속에 있었고, 내부에 진흙 등이 많아 변수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해수부가 처음부터 안일하게 무게를 측정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했다.

세월호의 무게가 오락가락하면서 특수 이송 장비인 모듈 트랜스포터의 도입 개수도 늘어났다. 456대에서 480대로 늘어난 후 최종적으로 120대가 추가되면서 육상 거치 때는 총 600대가 투입됐다.

처음부터 세월호의 무게가 제대로 측정됐다면 특수 이송장치인 모듈 트랜스포터를 추가 도입하는 시간을 아끼고 세월호의 구멍을 뚫는 천공 작업 등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을 수 있다.

 세월호의 구멍을 뚫는 천공 과정 역시 미수습자 가족들의 가슴을 애태웠다. 가족들은 세월호의 선체 훼손으로 인해 침몰 원인을 규명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까봐 마음을 졸여야 했다.

해수부는 평형수 탱크, 청소 탱크 등 6개에 총 11개소, 화물칸인 D데크 21개소 등 총 32개소에 지름 10㎝의 구멍을 뚫어 선체 내 무게를 줄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진흙이 많고 많이 굳어있어 배수에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일부 구멍은 20㎝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무엇보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가장 힘들었던 것은 해수부와 선체조사위원회의 엇박자였다. 해수부와 선체조사위의 브리핑 내용이 다르다보니 미수습자 가족들은 누구를 믿어야할지 모르는 상황에 빠졌다.

완전히 육상으로 올라온 세월호

특히 미수습자 가족들의 의견을 대변해야하는 선체조사위가 오히려 사전 협의 없이 미수습자 수색 방안을 언론에 먼저 발표하면서 가족과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이에 미수습자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씨는 4일 오후 5시35분께 취재지원센터를 찾아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얘기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언론에 상황을 논의를 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며 "브리핑을 하기 전에 미수습자 가족들에게 먼저 이야기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9일 세월호가 육상에 도착한 후 미수습자 가족들은 오열했다. 드디어 헤어졌던 가족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더불어 지난 3년간의 힘든 과정이 주마등처럼 스쳐갔기 때문이다.
 
이날 목포 유달산에는 벚꽃, 개나리, 철쭉 등이 만개(滿開)해 봄을 알렸다. 철제 펜스에 달린 노란 리본 개나리는 9명의 미수습자가 모두 빠짐 없이 발견돼 가족들의 가슴에도 차가웠던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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